밝은 에너지를 가진 차두리(37)의 성격은 대쪽같다. 신중하게 결정한 일에 번복은 없다. 지난해 현역 은퇴도 그랬고 대한축구협회 전력분석관 사퇴도 그렇다.
협회는 지난 28일 차두리 전력분석관의 사퇴를 알렸다. 차두리는 지난달 28일 시리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이 끝난 뒤 유럽축구연맹(UEFA) A급 지도자 연수를 받기 위해 곧바로 독일로 떠났다.
차두리는 자괴감에 빠졌다. 현재 자신이 이 팀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차두리는 형님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 전환에 주력했다. 또 자신이 유럽에서 B급(2급) 지도자 연수를 받을 때 만들어 놓은 전술 영상을 대표 선수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설기현 코치와는 세부 전술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또 협회 전력분석관 업무와 UEFA 지도자 연수 스케줄도 충돌했다. 전력분석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 뻔했다.
차두리가 고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의 영입을 요청한 슈틸리케 감독과 A대표팀 코치 자격이 부족한 부분을 용인한 협회에 또 다시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 수 있었다. 경기력 부진으로 팀이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빠져나가는 모습이 책임감 없는 이미지로 비춰지는건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대의를 위해선 사퇴밖에 답이 없었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차두리를 만류했다.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3일 슈틸리케 감독이 유임되던 날 차두리의 사퇴를 함께 발표하려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 점검의 목적으로 유럽으로 향했다. 그러나 진정한 속내는 차두리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영국에 이어 독일로 장소를 옮긴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와 만나 이런 얘기를 전했다. "내가 너에게 바란건 밝은 팀 분위기 조성, 선수들과의 소통이었다. 다른 역할을 바란게 아니었다. 결과적인 책임은 네가 아닌 내가 지는 것이다. 지금 충분히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두 번째 만류도 통하지 않았다. 차두리는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된 밀어내기식 인사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정해성 수석코치의 선임이 팀 내 역할이 불분명해진 차두리의 사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차두리가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이 A대표팀 수석코치 영입을 영입하기 전이다. 온전히 차두리의 결정 하에 이뤄진 혼란이다.
그래도 자신의 이미지보다 대의를 먼저 생각했다는 측면에서 차두리의 결정에 더 이상 비난이 없었으면 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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