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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퍼웨이(영국 엔필드)=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토트넘)은 진지하다. 동시에 유쾌하다. 그리고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겸손하다.
이런 다양한 특성들이 현재 손흥민을 '불타오르게' 만들고 있다. 4월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경기에서 5골-1도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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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성장하고 있다. 매 경기 그의 발전이 눈에 보일 정도다. 특히 4월 들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1일 번리 원정에서 1골 득점을 시작으로, 5일 스완지시티 원정에서 1골을 넣었다. 여세를 이어갔다. 8일 왓포드전에서 2골-1도움, 15일 본머스전에서 다시 1골을 기록했다.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발전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잉글랜드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40경기에 나섰지만 8골밖에 넣지 못했다. 올 시즌 같은 40경기에 나왔다. 19골을 넣었다. 이중 EPL에서 12골을 넣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골 패턴 다양화다. 트레이드마크인 '한번 접고 감아차기골'은 기본이다. 중거리슈팅이나 발리슈팅도 골로 연결하고 있다. 위치도 다양하다. 골분포도가 좌우와 중앙으로 넓게 포진해있다. 양발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다. 다양한 골패턴은 손흥민 성장의 상징이다.
손흥민도 수긍했다. 그는 "훈련의 덕"이라고 했다. "훈련 시간에 여러가지 상황을 만들어놓은 뒤 슈팅 훈련을 한다. 그 덕분에 슈팅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도 크다. 정확하게 말하면 손흥민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동료들이 볼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잘 들어간다. 손흥민은 "다양한 상황에서 찬스가 나온다.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선수들이 볼을 주는지 조금 감을 잡았다. 그래서 골이 다양해졌고 좋아졌다는 말들을 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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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부진? 내게 풀어야할 숙제
토트넘의 수탉 엠블럼을 단 손흥민은 무섭다. 하지만 A대표팀의 백호 엠블럼만 달면 그 날카로움이 다소 무뎌지곤 한다. 손흥민은 2010년 A대표팀에 데뷔했다. 그로부터 8년간 A매치 53경기에 나섰다. 17골을 넣었다. 수치만 따지면 딱히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올 시즌 불타오르는 모습이 A대표팀에서 안나오고 있어서 문제다. 손흥민은 2016년 A매치 6경기에 나와 단 1골을 넣는데 그쳤다. 2015년 12경기에서 9골을 넣었던 것과 비교된다.
손흥민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내게 크게 기대하고 있다. 내가 분명 가지고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입을 뗐다, 손흥민은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A대표팀은 언제나 내게 특별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 한 몸 바쳐서 대한민국을 위해 경기장에 나선다는 생각"이라고 A대표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현실이었다. 시간 부족 그리고 장거리 이동이 장애물이다. 손흥민은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또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간 뒤 하루나 이틀만에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도 많다"고 아쉬워했다. 손흥민은 솔직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다 변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내 자신이 준비해야 한다. 더 좋아진 경기력을 만들어야 한다. 내게 남겨진, 내가 풀어야만 하는 숙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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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손흥민은 레버쿠젠 생활을 접고 영국 런던으로 왔다. 이제 런던 생활도 햇수로 3년을 넘겼다. 만으로는 2년 가까이 되어간다.
런더너 손흥민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생갭다 심심하고 무료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우선 토트넘은 훈련량이 많다. 아침 9시 즈음에 훈련장으로 출근한다. 아침식사를 한 뒤 훈련을 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일정을 소화한다. 하루에 두차례 훈련을 할 때도 있다. 일과는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저녁이다. 여기에 경기도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훈련하고, 경기하고, 대표팀 소집에 응하고 나면 남는 시간이 많이 없다. 그나마 경기 다음날 정도가 쉴 수 있는 시간이다. 훈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에게 휴식일은 훈련의 연장이었다. "쉬는 날 따로 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보통은 집에서 내가 뛴 경기 영상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축구 경기를 볼 때도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일환이다. 심심하면 미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다음날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휴식'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런던에서 만으로 2년 가까이 살았지만 아는 곳은 별로 없다. 손흥민은 "원래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유명한 곳은 안가는 편"이라며 "나도 런던아이나, 빅벤, 버킹엄궁같은 곳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나를 보고 런더너라고 하는데 그 말이 창피할만큼 아는 곳이 없다. 한국식당에 가서 밥정도 먹고 오는 것 외에는 별로 아는 곳이 없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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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손'도 핫하다. 자신이 골을 넣거나 동료가 골을 넣은 뒤, 또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과 나누는 '핸드셰이크'가 화제다. 핸드셰이크는 '악수'를 뜻한다. 다만 단순히 손만 맞잡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동작을 곁들인다. 각각의 사람들에 맞춘 다양한 동작들이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보편화된 문화다. 손흥민은 카일 워커, 해리 케인, 무사 뎀벨레, 델레 알리 등 대부분의 선수들과 서로 다른 핸드셰이크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핸드셰이크 이야기를 꺼내자 손흥민은 멋쩍게 웃었다.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줘서 너무 고맙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핸드셰이크는 '소통의 상징'이다. 손흥민은 "선수들끼리 핸드셰이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나눈다. 특히 나와 알리가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그렇게 생각은 나누고 맞춘 것이 지금 하고 있는 핸드셰이크들"이라고 설명했다. 의미에 집중했다. 손흥민은 "선수들과의 핸드셰이크는 그만큼 서로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라며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특별하게 생각해주셔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내친 김에 손흥민에게 선수들과의 핸드셰이크 중 하나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케인과의 핸드셰이크를 선택했다. 그러더니 손흥민 자신도 불편한 듯 버벅거렸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게 경기장이나 훈련장에서 할 때와 막상 보여주려니 다르네요. 할 때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의식하니까 생각이 안나네요."
이럴 때는 영락없이 스물여섯살 순수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