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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허정무 1편 "K리그, 신뢰 회복하고 싶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4-13 18:25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2)는 이래저래 일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하고 대표팀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적잖은 러브콜 중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았다. 2012년 사임 이후엔 유소년 양성을 했고, 2013년부터 행정가로 변신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 이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단장을 지냈다. 그리고 2015년 1월 '꽃길' 대신 '자갈길'을 받아들였다.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제안을 수용해 부총재를 맡았다. 허정무 부총재는 최근 A대표팀의 경기력과 성적 부진으로 경질 위기에 몰렸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할 수 있는 토종 지도자로서도 하마평에 올랐다. 요즘 K리그 현장을 누비고 있는 그를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경기 현장에 자주 나타난다. 지도자와 부총재로 K리그 경기를 보면 뭐가 다른가.

지도자 때 보다 경기를 더 많이 보게 된다. 부총재지만 현장에도 가고, 전 경기를 분석위원들과 비디오로 분석도 한다. 지도자 때는 승패에 관련된 걸 위주로 봤다. 내 입장에서 우리 팀과 상대를 분석했다. 그러나 부총재가 되고 난 후에는 프로 축구 더 나아가 한국 축구 전체를 다 보고 생각하게 된다.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훨씬 객관적으로 경기를 보게 된다. 선수 뿐만 아니라 심판, 팬의 모습을 다 살핀다.

-프로연맹 부총재란 자리가 빛도 안 나고 힘든 역할인데,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이건 꼭 하고 싶었던 게 있나.

K리그의 신뢰 회복이다. 또 구단들이 거품을 빼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걸 보고 싶다. 힘든 일이지만 초석을 만들고 싶다. 나만 해서도 안 된다. 프로축구 종사자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

-우리 K리그는 잊을 만하면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 2014년과 지난해 심판 매수 사건이 터졌고 최근엔 심판 오심 판정으로 한바탕 소동도 있었다.

과거 잘못한 걸 다 인정한다. 우리 프로축구는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다수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밖에선 연맹까지도 부패 집단으로 바라본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고 효과도 있다. 우리 연맹은 경기 후 비디오 분석으로 잘못된 판정이나 심판들이 놓친 선수들의 파울들을 찾아내고 있다. 이미 바로 잡은 것도 많다. 퇴장시킨걸 과하다고 판단해 감면해주기도 했다. 또 오심한 심판에 대해선 그만큼 불이익을 주고 있다. 현재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차량탑제) 시행에 앞서 테스트 중이다. 7월부터는 이 시스템을 통해 PK, 퇴장, 골, 오프사이드 유무를 좀더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신뢰를 하기 위해 정말 있는 거 없는 거 다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 제발 K리그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 선수들도 심판의 판정에 너무 자주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수의 경우 제대로 본 정심에 대해서도 흥분해서 항의한다. 팬들도 덩달아 감정을 쏟아낸다. 이런 건 안 된다.


-K리그 구단들과 일을 함께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뭔가.

K리그 발전은 모두가 함께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구성원인 각 구단의 관리자들, 쉽게 말해 사장님들과 단장님들 경영진이 너무 자주 바뀐다. 1~2년 만에 자꾸 바뀌면 안 된다. 멀리 보지 않고 당장의 성적에 집중하게 된다. 좀더 전문가들이 오래 일을 했으면 좋겠다. 또 핵심 관리자 중에 축구인 출신이 있어야 한다. FC서울이나 부산 아이파크 같은 경우 축구인 출신의 전문가들이 일을 잘 하고 있다. 부산 같은 경우 경기력도 좋고, 또 최근 홈도 구덕운동장으로 옮기는 등 매우 발 빠른 일처리를 하고 있다. 내 생각이지만 전문가 집단이 축구 클럽에 꼭 필요하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4.12.
-일부에선 살림살이가 어려운 시도민구단을 프로연맹에서 재정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어떻게 자립할 수 있는 지 그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다. 돈을 준다는 건 말이 안된다.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서로 고민을 통해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K리그 재정 건전성 마스트플랜을 세웠다. AFC(아시아축구연맹)도 와서 실사를 했다. 올해는 그걸 실천에 옮겨 나갈 것이다. 적자 규모를 최대한 줄여나가려고 한다.

-연맹에서 구단들을 이끌고 나가는 입장인가.

참 어렵다. 우리는 구단들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고 싶다. 그래서 교육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구단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경영진과 실무진을 순차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구단 경영진을 데리고 MLS(미국프로축구) 현지를 보고 올 것이다. MLS가 자랑하는 티켓 판매에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또 어떻게 파는 지를 현지에서 보고 배우고 오겠다.(프로연맹은 매년 구단 경영진, 실무자들과 축구 선진국을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 현장에서 구단 경영진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 같은데.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 일에 쉬운 건 없다. 발로 뛰어야 한다. 뭐가 중요한 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구단은 선수 구성, 스태프 구성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 한 구단은 비전문가를 스카우트로 썼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축구를 잘 아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 사장 단장 중에는 축구를 아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또 다른 구단은 리그 참가 초반에 클래식으로 올라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워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좀더 과감한 투자를 해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우리는 구단이 요청해오면 뭐라도 도울 것이다.

-구단 걱정에 앞서 프로연맹 살림살이도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

유럽은 연맹이 협회를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프로가 근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형적이다. 스폰서 같은 경우 이번에 KEB하나은행이 4년 140억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KEB하나은행은 축구를 위해 정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 연맹도 스폰서들에게 후회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게토레이, EA도 스폰서로 참여해주고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 책임감이 크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쪼개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토토 지원금도 줄었다. 축구를 통해 발생한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좀더 축구에 투자되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하겠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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