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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런던행'지소연"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행복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4-13 17:02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금 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피곤한 줄도 모르겠어요."

'지메시'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은 13일 오후(한국시각)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런던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토록 간절하던 꿈을 이뤘다. 평양에서 열린 요르단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을 이기고 조1위에 올랐다. 베이징에서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는 동료들과 떨어져 나홀로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시안컵 본선행 소감을 묻자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벅찬 한마디가 돌아왔다.

'윤덕여호의 중심' 지소연은 지난 5일부터 이틀에 한번 간격으로 펼쳐진 요르단아시안컵 예선 4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5일 1차전 인도전에서 멀티골로 10대0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추가시간 10번째 골을 밀어넣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골을 향한 집념을 불살랐다. 7일 2차전 북한전에서 그녀는 패기만만한 북한의 어린 에이스 틈새에서 노련한 움직임, 강력한 슈팅으로 맞섰다. 9일, 3차전 홍콩전 6대0 대승에 이은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4차전, 그녀는 또다시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4경기에서 4골, 후배 이금민(23·서울시청)과 함께 팀내 최다골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몫을 톡톡히 했다. 매경기 북한보다 한골이라도 더 넣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지지 않는 정신력으로 기적같은 조1위를 끝내 이뤄냈다. "제가 그랬잖아요. 골 득실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의기양양' 지메시가 하하 웃었다.

지난달 27일 윤덕여호 합류를 위해 귀국한 지소연은 "북한전은 무승부도 준비해야 한다. 나머지 경기에서 무조건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몸이 정말 가볍다. 나중에 써달라. '촉(느낌, 예감을 뜻하는 속어)'이 좋다"고 했었다. 그녀의 '촉'이 딱 맞아떨어졌다.

13일,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 지소연은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같다. 남북전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갈 때면 늘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이번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사실 온몸에 힘은 하나도 없는데 기분은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모두들 정말 간절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매경기 쓰러질 각오로 뛰었다. 1994년생 후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평양에 오신 취재진이 우리의 투혼을 보셨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뿌듯해 했다. 평양의 지소연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고 비장했다. "아시안컵 본선 티켓만 딸 수 있다면 여지껏 축구를 하며 쌓아온 내 개인적 커리어, 내가 받은 모든 상들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고 인터뷰했다. 진심이었다"라고 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1위를 확정하고, 프랑스월드컵을 향한 길을 활짝 연 환희의 순간, '원팀' 윤덕여호 선수들은 부상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한 심서연(29·이천 대교), 김혜리(27·인천 현대제철) 등 절친 동료들을 떠올렸다. 지소연은 "평양에서 우리 혜리랑 서연언니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 모두 같이 가고 싶다"며 웃었다.

내년 4월 요르단아시안컵에서 8개국 중 5위안에 들면 월드컵 2회 연속 티켓을 확보한다. 현재 A매치 95경기, 45골을 기록중인 지소연은 내년 키프로스컵, 요르단아시안컵에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여자축구선수 최초의 100경기-50골의 역사를 향해 또박또박 나아가고 있다.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다시 축구화 끈을 조인다. 17일 여자 FA컵 버밍엄시티와의 준결승전을 준비한다. "평양 아시안컵에 보내주신 엠마 헤이즈 첼시 레이디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평양에 가는 것이 축구선수를 떠나, 인간적으로 걱정된다고 하셨다. 조금 전에도 잘 오고 있는지 문자를 보내셨다. 이제 다시 팀에 충실할 때다. FA컵 우승을 위해 집중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향한 각오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2019년 프랑스월드컵을 잘 준비하고 싶다. 여자축구 A매치도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잘 준비해서 캐나다월드컵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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