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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피곤한 줄도 모르겠어요."
'지메시'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은 13일 오후(한국시각)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런던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토록 간절하던 꿈을 이뤘다. 평양에서 열린 요르단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을 이기고 조1위에 올랐다. 베이징에서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는 동료들과 떨어져 나홀로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시안컵 본선행 소감을 묻자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벅찬 한마디가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윤덕여호 합류를 위해 귀국한 지소연은 "북한전은 무승부도 준비해야 한다. 나머지 경기에서 무조건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몸이 정말 가볍다. 나중에 써달라. '촉(느낌, 예감을 뜻하는 속어)'이 좋다"고 했었다. 그녀의 '촉'이 딱 맞아떨어졌다.
13일,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 지소연은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같다. 남북전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갈 때면 늘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이번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사실 온몸에 힘은 하나도 없는데 기분은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모두들 정말 간절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매경기 쓰러질 각오로 뛰었다. 1994년생 후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평양에 오신 취재진이 우리의 투혼을 보셨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뿌듯해 했다. 평양의 지소연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고 비장했다. "아시안컵 본선 티켓만 딸 수 있다면 여지껏 축구를 하며 쌓아온 내 개인적 커리어, 내가 받은 모든 상들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고 인터뷰했다. 진심이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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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요르단아시안컵에서 8개국 중 5위안에 들면 월드컵 2회 연속 티켓을 확보한다. 현재 A매치 95경기, 45골을 기록중인 지소연은 내년 키프로스컵, 요르단아시안컵에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여자축구선수 최초의 100경기-50골의 역사를 향해 또박또박 나아가고 있다.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다시 축구화 끈을 조인다. 17일 여자 FA컵 버밍엄시티와의 준결승전을 준비한다. "평양 아시안컵에 보내주신 엠마 헤이즈 첼시 레이디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평양에 가는 것이 축구선수를 떠나, 인간적으로 걱정된다고 하셨다. 조금 전에도 잘 오고 있는지 문자를 보내셨다. 이제 다시 팀에 충실할 때다. FA컵 우승을 위해 집중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향한 각오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2019년 프랑스월드컵을 잘 준비하고 싶다. 여자축구 A매치도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잘 준비해서 캐나다월드컵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