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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부자 초상화 아래서…, 윤덕여호 평양 첫 훈련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4-04 19:04


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많은 평양시민들이 모여 있다. 뒤로 주체사상탑이 보인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아래서 남측의 여자축구 선수들이 처음으로 땀을 흘렸다.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즐겁게 뛰고 놀며 운명의 남.북전을 준비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18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대비 첫 훈련을 벌였다. 지난 2일 오전 출국, 중국 베이징을 거쳐 3일 오후 평양에 도착하는 긴 여정을 소화한 '윤덕여호'는 사흘 만에 잔디를 밟았다. 이틀 간 실내 훈련과 휴식을 취한 탓인지 이날은 워밍업부터 미니게임까지 두 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빅매치가 다가오면서 긴장이 고조될 법도 했지만 '태극낭자'는 오히려 유쾌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진행한 운동장 훈련을 반겼다. 경기 전 선수들끼리 모여 웃고 떠드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김일성경기장 인조잔디를 밟았다. 이날 경기장엔 북측 인사 수십여명이 관중석 등에 앉아 훈련을 지켜봤다.

워밍업 도중 이뤄진 게임에선 재미있는 내기도 나왔다. 냉면이 유명한 평양에 온 것을 기념해 선수들은 "이 게임은 냉면 내기다"라는 벌칙까지 정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가장 큰 관건이었던 경기장 잔디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보수된 탓인지 인조잔디 컨디션은 양호하다는 게 이날 훈련을 지켜 본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코칭스태프들의 설명이다. 김일성경기장은 5만명을 수용하는데 관중석과 구장 사이에 있는 트랙이 좁아 웅장한 느낌보다는 아담하면서 압축된 분위기를 전해줬다.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전을 앞둔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이 3일 오후 북한 평양 순안공항으로 입국, 공항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대회는 남.북한 외에 우즈베키스탄과 홍콩 인도가 한 조에 속했다. '윤덕여호'는 5일 오후 6시30분 인도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B조 예선을 시작한다. 7일 오후 3시30분 북한과의 2차전이 사실상 결승전이지만 남.북 대결에서 비겨 두 팀의 골득실과 다득점을 따져 1위를 가리는 경우의 수도 제외할 수 없다. 인도는 한국보다 여자축구 수준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대승이 꼭 필요하다. 북한은 3일 인도와의 첫 경기에서 8-0으로 이겼는데 큰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10골 이상은 넣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스트라이커 정설빈은 "북한을 의식해서 8골 이상을 넣는다는 생갭다는 차근차근 우리가 준비한 것을 풀어나가면 골 수가 차근차근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매 경기 싸워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숙소인 양각도국제호텔 생활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국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이 이 호텔을 같이 쓰는데 대형 연회장을 빌려 뷔페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한식이다보니 '윤덕여호' 입장에서 음식 걱정은 크게 덜었다. 입에도 잘 맞는 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평양 원정에 대한 전례가 없고 환경 점검 등을 위해 자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어서 걱정을 적지 않게 했다. 불투명한 변수가 평양에 와서 서서히 걷히고 있다. 마지막 준비도 잘 되고 있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크다. 인도전 대승과 남.북전 승리를 향해 점점 나아가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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