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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넘버9' 실종의 시대다.
▶많이 움직일수록 골을 넣기 어렵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공격수였다. 그는 9번은 물론 10번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천후 공격수였다. 당시 여러 포지션에서 뛰며 얻은 다양한 경험은 최 감독에게 한가지 힌트를 줬다. 최 감독은 "현역 때 모든 위치에서 뛰어봤다. 그때 느낀 것이 있다. '움직임이 많으면 많을 수록 골을 넣기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이어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으면 체력이 떨어진다. 결국 마무리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포지셔닝
이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3명의 미드필더다. 최전방 공격수가 미드필드 플레이에 가세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와의 허리싸움에서 숫적으로 밀릴 수 있다. 최 감독은 "자기 위치를 잘 지킨다면 문제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정해진 역할과 커버해야할 구역을 정확히 인지한다면 3명만으로도 미드필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손준호 이승희가 좋은 모습을 보인 울산전, 강원전에서 포항은 매끄러운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포항 전술의 핵심은 포지셔닝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얼마나 정확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지가 중요하다. 최 감독은 "양동현 역시 센터포워드에 맞는 움직임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것이 최 감독이 그리는 100%의 모습은 아니다. 최 감독은 "아직도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더 많은 것을 주문하면 선수들만 힘들어질 뿐"이라고 한 뒤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면 다른 위치로의 커버 혹은 스위칭이 가능해진다. 자칫 포지션의 전문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내가 선수들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멀티플레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