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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용수 위원장 사표 반려, 슈틸리케 유임시 귀 열어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4-02 18:38


슈틸리케 감독(왼쪽)과 이용수 기술위원장. 스포츠조선

지난해 11월이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58)은 사표를 가슴에 품고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지켜봤다. 이란 원정 패배로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위원장과 기술위원들은 A대표팀이 우즈벡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전원 사퇴를 결의했었다. 이 위원장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공동 운명체'임을 확고히 했었다.

다행히 우즈벡전은 승리로 끝났다. 그렇게 이 위원장의 사퇴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여 뒤, 상황은 급변했다. 이 위원장이 한계에 부딪혔다. 운이 따랐고 불안했지만 결과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은 4승1무2패(승점 13)로 2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패배 같은 진땀승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 이 위원장도 슈틸리케 감독을 더 이상 옹호해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자신이 데려왔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결국 이 위원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2일 축구협회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시리아전을 마친 다음 날 이 위원장이 정 회장을 찾아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은 '슈틸리케 감독 후임에 대한 대안도 마땅치 않고 지금 위원장이 물러나는 건 무책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사표를 반려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고심 끝에 사표를 냈다는 사실은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 경질을 염두에 둔 결단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사표 반려는 또 다른 반전이다. 이 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다시 한 번 신임을 얻었기 때문에 운명을 같이 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도 유임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직선적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질과 대안 마련까지 기술위원장이 맡아야 할 몫이라는 반대 해석도 여전히 유효하다.

어찌됐든 만에 하나 슈틸리케 감독이 유임 된다면 그는 변해야 한다. 막힌 귀를 열어야 한다.

먼저 코치들로부터 신임을 얻어야 한다. 지난 2년6개월간 슈틸리케호에서 활동하던 코치들이 세 명이나 바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불 장군' 수준이었다. 차두리 전력분석관과 설기현 코치가 합류한 뒤 코칭스태프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전까진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국내 코치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소통 부재는 강팀을 만난 최종예선부터 이어져온 문제였다.

선수들과의 신뢰도 다시 쌓아야 한다. 새 얼굴을 중용해 기존 선수들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일견 감독의 묘수일 수 있다. 그러나 전제는 새 얼굴이 기존 선수들보다 나은 기량 또는 컨디션을 갖추고 있을 때다. 그래야 명분이 선다. 그라운드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선수들이다. 선수들끼리 인정하지 않는 선수를 발탁한건 명백히 감독의 책임이다.


특히 외부의 조언도 귀 기울여야 한다. 언론과 팬들의 비판과 비난은 언제나 결과론적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저조한 경기력으로 본선에 진출해도 희망이 없다는 사실. 비난의 주된 이유다. 무엇보다 협회 내 축구인 출신 수뇌부의 조언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기술위원장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국인 감독의 비애이긴 하지만 선수들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좀 더 잘 아는 관계자의 조언이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는 꿀팁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기술위원회를 거친 최종 결론이 만에 하나 유임일지언정 여전히 민심은 그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뼈를 깎는 변화만이 반전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 그게 슈틸리케와 한국 축구가 모두 사는 길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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