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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이영재, '보은포'로 김도훈에 생존의지 증명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04-02 17:33



미드필더 이영재(23·울산 현대)의 올 시즌 출발은 안갯속이었다.

프로 3년차였지만 제 자리는 희미했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에서 임대를 마치고 복귀했으나 경쟁자들의 쟁쟁한 틈에서 돋보이지 못했다. 울산은 공격수가 부족했으나 2선은 김승준 한상운 김인성에 코바, 오르샤까지 포화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중원 보강을 원하는 팀에서 이영재에게 손짓을 했다. 중량감 있는 공격수와의 트레이드 제의가 울산에 도착했다. 하지만 김도훈 울산 감독은 단호했다. "이영재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이영재가 김 감독의 믿음에 '보은포'로 화답했다. 이영재는 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강원FC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44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강원 진영 아크 부근에서 벌어진 혼전 상황 속에 코바가 왼발로 떨궈준 볼이 수비수에 겹겹이 둘러싸인 이영재에게 향했다. 이영재는 수비수 두 명 사이로 한 차례 드리블 뒤 지체없이 오른발슛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2주 간의 A매치 휴식기 동안 진행된 슈팅 훈련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이영재가 원래 왼발잡이인데 오른발로 슛을 해 골까지 터뜨렸다"며 "골 넣기 전까진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넓은 시야와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다. 오늘처럼 교체로 투입되어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다면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고 칭찬했다.

이영재는 "내가 왼발을 잘 쓴다는 점을 상대 수비수들이 알고 있다. 평소에 오른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자신감이 들어 오늘 슛까지 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임대를 가게 되어 많이 힘들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최종명단에서도 탈락해 많이 힘들었다. 임대를 통해 힘든 시간도 보냈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마음가짐이 더 강해졌고 어떻게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지 알게 됐다"고 달라진 자신을 소개했다.

여전히 미생이다. 데뷔 첫해 10경기를 뛰었던 이영재는 챌린지 임대 시절에도 17경기 활약에 그쳤다. 올 시즌 선발과 교체를 오가고 있으니 완벽한 주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영재는 "프로 3년차인데 3년 모두 다른 감독님 밑에서 뛰었다. 내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생존의지를 드러냈다.

울산은 강원전 승리로 제주(0대3), 상주(0대1)에 당한 연패를 털어내고 4월의 문을 활짝 열었다. A매치 휴식기에 앞서 1무1패에 그쳤던 강원은 이른 실점 뒤 동점골에 이어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막판 결정력에 밀려 눈물을 삼켰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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