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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딜레마에 빠진 대한축구협회 앞에는 두개의 길이 있다. 경질 아니면 유임이다.
지금 슈틸리케호는 슈틸리케 감독의 '원맨 밴드'다. 선수 선발부터 훈련, 전술, 교체까지 모두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에 달려있다. 슈틸리케 감독 스타일도 그렇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감독의 경우 총괄하는 매니저형과 모든 것을 다 하는 유형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자에 속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물론 모든 선택의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문제는 잘못된 판단을 견제하거나, 상의할 존재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 A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조는 기형적이다. 일단 수석코치가 없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온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는 당초 수석코치로 알려졌지만, 정작 전술을 보완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피지컬 코치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는 2년이 넘게 역할과 보직이 불분명한 존재다.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코치 신분이 아니라 제약이 있다. 처음부터 협회가 차 분석관에게 기대를 한 것도 '코칭'이 아닌 선수와 감독간의 '가교'였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독불장군'이 됐다. 어이없는 선택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대표팀 내에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의 여유가 있었지만 선발부터 전술까지 여전히 슈틸리케호는 '무색무취'였다. 중국-시리아전 모두 슈틸리케 감독은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택의 순간,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세계적인 명장 조차도 경기 중 끊임없이 코치진과 대화를 나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니면 혹시 모를 선택에 대한 오류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대부분 재앙을 초래했다.
세상의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잘 나가는 리더 옆에는 뛰어난 조력자가 있다. 감독을 바꿀 수 없다면, 만약 유임을 결정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을 견제하고, 보좌할 유능한 수석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