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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중국이 환호한 그날 밤, 한국은 탄식으로 가득했다.
그 중국에 슈틸리케호는 0대1로 패했다. 3월 23일의 '창사 쇼크'였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시계 제로가 됐다. A조 1위 이란은 한걸음 더 달아났다. 카타르를 1대0으로 제압하며 승점 14점(4승2무)으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천우신조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창피하지만 다행인 부분은 있다.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이 시리아에 일격(0대1 패)을 당하며 한국은 2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의 승점은 10점(3승1무2패), 우즈벡은 9점(3승3패)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한계는 지난해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단조로운 패턴의 전술 운용 능력, 철학을 찾을 수 없는 용병술, 아리송한 교체카드, 그리고 설화까지…. 지도력에 대한 믿음은 산산히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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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모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2대1로 역전승에 성공하며 살아남았다. '경질 카드' 또한 사실상 사라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4일 감독 교체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 초 "잘하든, 못하든 슈틸리케 감독과 최종예선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더 이상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감독도 감독이지만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이다. 외국인 사령탑인 슈틸리케 감독은 떠나면 끝이다. 반면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등질 순 없다. 그라운드의 주인공도 그들이다. 그러나 태극전사라는 '고유명사'를 붙이기가 낯 뜨거울 정도로 그들의 눈에는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한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게된 것은 1986년 멕시코 대회다. 32년 만의 환희였다. 그리고 또 다시 30년이 흘렀다. 선배들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현주소는 '겉멋'만 요란할 뿐이다.
지난해 해외 원정에선 몇몇이 숙소에서 '일탈'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감독의 전술에도 "소화하기 힘들다"며 방향을 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진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씁쓸한 뒷 맛은 지울 수 없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의 기본 중 기본은 역시 확고한 정신력에서 출발한다. 투지와 집중력이 실종된 경기에선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없다.
중국전에서 유일한게 눈에 띈 인물은 외로운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었다. 그는 "전술이나 선수 기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들어가든 운동장에서 다 쏟아내지 못하면, 대표선수로서 큰 문제다. 선수와 모든 코치진이 변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한국 축구는 안팎으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K리그는 출발부터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올해 첫 A매치에서 눈물을 흘렸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해선 안된다. 대표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감독은 물론 선수들의 이름도 '흑역사'에 남는다. 지금은 오로지 '축구'에 충실해야 할 때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공멸' 뿐이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