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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선수들은 오직 승리만 생각했다. 중국을 얕잡아 보지 않았다. 슈틸리케호의 우측 풀백 이 용은 "중국 선수들의 영상을 봤는데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모습이더라. 기술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아 방심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각한대로 계획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패배의 충격은 선수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미드필더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의 입에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구자철은 24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단 내부도 패배를 실감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처져있다"고 밝혔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힘이 없었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전을 대비해 이전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세밀한 전술을 많이 만들었다.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합류한 뒤 공격 패턴과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데 힘을 쏟았다. 코칭스태프는 매일 1시간30분씩 회의를 했을 정도다. 특히 차 분석관은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를 할 때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선수들에게 전달해 부분 전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됐다. '캡틴'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패배에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눈물까지 보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수들이다.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힘을 보탤 뿐이다. 한국 축구의 문제는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야 한다. 선수들도 현 문제는 자신들에게 있다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때 한국 축구는 더 밝은 미래를 논할 수 있을 듯하다.
파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