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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홈-어웨이팀을 따로 구분하기 힘들었다.
봄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중국의 '인해전술'이 만만치 않았다. 원정팀 광저우 헝다가 미리 구입한 입장권은 총 2000장.
중국에서 날아온 광저우 서포터에 국내 중국 교민까지 2500여명이 수원 응원석 반대편을 가득 메웠다. 홈팀 수원의 응원함성에 밀리지 않으려고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숫자만 많을 뿐. 그렇게 극성이던 중국팬들을 고요하게 잠재운 이가 있었다. 수원의 주장 염기훈이다.
수원 삼성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2차전 광저우 헝다와의 경기서 2대2로 아쉽게 비겼다.
이로써 수원은 가와사키와의 1차전 무승부(1대1)에 이어 연속 무승부를 달렸고 세계적인 명장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는 1승1무가 됐다.
종료 9분 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쉬운 무승부였지만 염기훈의 진가는 빛을 발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염기훈이 다 먹여살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왼발의 달인' 염기훈의 존재감이 도드라졌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도움왕의 타이틀에 걸맞게 염기훈의 칼날같은 도움 두 방이 걸작이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이날 1차전 포메이션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염기훈-조나탄-산토스가 전방에 포진하고 김민우-이용래-이종성-장호익이 중간을 받쳤다. 스리백에서 왼쪽 양상민 대신 매튜가 선발 출전한 게 유일한 변화였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다소 답답했던 1차전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경기력이었다. 선수들 경기 컨디션이 서서히 올라온 때문이기도 하지만 염기훈 특유의 발기술이 살아난 덕이 더 컸다.
선제골부터 염기훈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14분 기습적으로 전방 침투하는 이용래에게 염기훈의 패스가 정교했다. 이용래는 코너킥을 유도했고 키커로 염기훈이 나섰다.
전반 15분 염기훈은 주무기 왼발로 총알같은 킥을 올렸다.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강하게 문전으로 날아든 공은 뒷선에서 쇄도한 산토스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됐다.
선제골의 기쁨도 잠시, 10분 만에 굴라트의 대포알 슈팅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주도권이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침통하던 광저우 응원석의 데시벨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어림없는 일. 제대로 달아오른 염기훈이 광저우 쪽에 또 한번 찬물을 끼얹었다. 32분 이번에는 오른쪽 코너킥에서 빛을 발했다.
문전으로 킥을 띄울 것 같은 자세를 취하던 염기훈은 수원 선수들과 무슨 사인을 주고 받는 듯 하더니 기습적으로 문전 땅볼 패스를 했다. 그러자 조나탄이 쏜살같이 달려들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완벽하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턴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후 수원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39분 조나탄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결국 후반 36분엔 이정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공이 하필 광저우 알란의 발에 떨어지면서 동점골로 연결됐다. 염기훈의 이날 활약은 그래서 더 아쉬웠다.
한편 제주는 감바 오사카와의 일본 원정경기에서 4대1 대승을 거두며 삼일절 한-일전을 기분좋게 장식했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