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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SC(홍콩)와 생각지도 못한 혈전을 치른 이종호(25·울산 현대)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종호는 경기 후 "키치가 극단적인 수비로 나왔다. 원톱 고립은 당연했다. 선수들과 발을 맞춘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감독님 색깔도 입혀지지 않았다"며 "시간이 많이 촉박했다.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당시만 해도 우리는 올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내년에 ACL에 자력으로 나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대회에 나서게 됐다"며 "지금쯤이면 스페인에서 조직력 훈련을 마치고 이제 연습경기를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귀국한 뒤 연습경기를 하긴 했지만 스페인에서 맞붙을 팀과는 차이가 있었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어려움이 컸고 힘들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과를 가져와 본선 조별리그에 나서게 된 것에 만족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울산은 키치전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고전했다. 본선도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21일 J1(1부리그)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우승팀인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일전을 치러야 한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출전권을 잡기 위해 가시마는 꼭 넘어야 할 상대라는 점에서 울산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종호는 "연습경기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도 알아가는 시간이다. 이런 과정들이 생략됐고 키치전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좀 더 기반한 승부였다. 감독님의 색깔을 발휘하는데 무리가 있었다"며 "그래도 이렇게 힘든 경기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연습과 실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선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