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에 이유 있다' 트라이아웃에도… 여전한 외인 의존도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1-31 20:25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이유없는 탈락은 없다.

지난달 3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이 맞붙었다. 최하위인 7위 OK저축은행은 배수의 진을 쳤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현대캐피탈에 패하면 '봄 배구'가 물 건너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세트스코어 0대3(15-25, 18-25, 21-25)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남은 전경기(10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을 챙기더라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정상을 차지했던 OK저축은행의 몰락. 이유가 뭘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의존도'를 극복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팀 간 전력 차이가 현격하게 줄었다."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내내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본격 도입됐다. 지난 시즌까지는 세계 최정상급 외국인선수들이 V리그 무대를 호령했다. 시몬, 오레올, 그로저 등 스타 외인들의 활약이 V리그의 화두였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토스가 외국인선수에게만 쏠리는 상황을 빗대어 '몰빵 배구'라는 꼬리표를 단 팀이 한 둘이 아니었다.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장 가치보다 과도한 '거품'이 꼈다. V리그 구단들의 영입 경쟁이 더해지면서 출혈이 과해졌다. V리그 관계자는 "냉정하게 봤을 때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도 일단 한국 구단과 협상을 할 때면 시장 가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부르는 상황이 부지기수"라고 밝혔을 정도.

V리그 남자부 모든 구단은 지난해 5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선수를 선발했다.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기존 강팀과 약팀 간 격차가 줄었다. 때문에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졌다. V리그 남자부 복수의 지도자는 "외국인선수가 잘 하는 팀이 당연히 성적 내는 데 유리하다"면서도 "하지만 과거보단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 즉, 국내 선수들을 잘 활용해 줄어든 의존도를 채우는 팀이 좋은 경기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배구계의 호날두'로 비견되는 세계 최고 센터 시몬을 잃은 OK저축은행은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트라이아웃을 통해 영입한 세페다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영입 취소됐고, 대체로 영입했던 마르코도 팀에 안착하지 못했던 불운이 있었다. 주축급 국내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웠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빛나는 '디펜딩챔피언'이 이토록 허무하게 몰락한 데 대한 충분한 설명일 수는 없다. 결국 지나치게 편중됐던 외국인 의존도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시즌까지 중앙을 책임져온 센터 김규민을 삼성화재 리베로 이강주와 1대1 트레이드를 했던 결정도 도마에 올랐다.

올시즌 OK저축은행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김세진 감독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히며 반전을 모색중이다. 트라이아웃 시행 속에 찾아온 OK저축은행의 '성장통.' 김 감독의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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