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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한다. 소년도 고난을 피하지 못했다. 온갖 생각이 들었다. 마음 고생이 컸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고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이 소년은 훌쩍 자랐다. 이제 소년티도 조금씩 벗고 있다. 어느덧 강인하고 늠름한 청년으로 변모했다. 이제 1군, 그리고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정조준하고 있다. 고난을 거름 삼아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백승호(20·바르셀로나B). 신태용호가 캠프를 차린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백승호는 첫 1군 훈련장 합류를 추억했다.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느낌과 기가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B팀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한 쪽 구석에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순간 1군 선수들이 다가왔다. "선수들이 오더니 먼저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해주더라. 메시, 이니에스타 등이 인사하는데 신기하면서도 심장이 떨렸다"고 살짝 웃었다. 특별히 더 챙겨주는 선수는 '토마스 베르마엘렌'과 '다니 알베스'라고 했다. 백승호는 "몸 풀 때 2인 1조로 패스하는데 베르마 엘렌과도 같이 했다. 또 알베스도 와서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고 했다. 지금은 팀에 없어서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부스케츠도 도와주려고 하고 선수들 모두 안부도 물어주곤 한다.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1군 훈련의 분위기를 물었다. "운동할 때 조금씩 장난치는 것 같아도 확실히 100%로 하더라. 실수도 적었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상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엔리케 감독의 조언도 큰 힘이다. 틈날 때마다 백승호에게 조언을 해준다. 내용을 물었다. "수비할 때의 움직임이나 압박할 때 뒤를 신경쓰지 말고 하라는 등의 세세한 조언도 있었다. 또 한창 B팀에서 경기를 못 뛸 때였는데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나아가라'는 조언을 해줬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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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B팀으로 돌렸다. 백승호는 위기였다. 지난해 1월 후베닐A(19세 이하 유스팀)에서 B팀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2015~2016시즌 중 단 1경기만 뛰었다. 올 시즌도 출전 경기가 많지 않았다. 지도자, 구단 관계자, 에이전트 간 소통에 있어 혼선이 있었다. 가운데서 백승호가 고생했다. 이 문제는 이제 정리됐다. 그래도 B팀은 녹록치 않았다. 현재 바르셀로나B는 3부리그에 속해있다. 승격이 최대 목표다. 때문에 헤라드 로페스 B팀 감독은 20대 중반의 경험 많은 선수들을 중용하고 있다. 어린 백승호에게 돌아갈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다. 백승호는 "승격이 목표다. 그래서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이 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프로 세계다. 변명은 필요없다. 냉정하다. 내 스스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고난의 시간 동안 그는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백승호는 "경기에 못 나갈 때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하고 현재 상황을 인정했다. 준비밖에 할 것이 없었다. 운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백승호는 B팀에서도 조금씩 경기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기회가 올 것이다. 그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의 소중함도 이야기했다. 백승호는 "힘든 시기가 오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외부보다는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 볼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작지만 굉장히 중요하더라. 요즘 조금은 축구선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백승호는 한 가지 서운함도 살짝 밝혔다. 현재 백승호는 1m80까지 자랐다. 그런데 한국에만 가면 자신에 대해 '갑자기 컸다. 그래서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백승호는 이에 대해 "절대 갑자기 큰 것이 아니다. 성장기에 들어가면서 일년에 6~8㎝씩 꾸준히 컸다. 갑자기 커서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하니까 좀 서운하더라"고 말했다. 귀여운 불만 제기였다. 백승호는 "지금은 몸을 불리려고 한다. 포지션 상 상대의 압박이 집중되는 자리다. 요즘은 몸이 안좋은 선수가 없다. 웨이트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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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이 코 앞이다. 5월 말 한국에서 열린다. 백승호에게도 이 무대는 특별하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 강팀들과 겨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팀이 바뀌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공격 축구, 자유로운 축구를 추구하고 있다. 백승호는 "감독님의 뜻에 적응해야 한다. 추구하는 바를 확실하게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감독님은 자유로우면서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신다.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이 중요하다. 월드컵 성적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백승호는 "포르투갈은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 중 하나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백승호는 22일 에스토릴과의 연습경기에서 대포알 중거리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다 지나간 일이다. 백승호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얻어걸린 골이었다.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포르투갈전이다. 여기서 잘해서 눈도장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