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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유럽행 권창훈, 번갯불 콩볶듯 출국한 사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1-18 20:54


권창훈이 구단에서 미리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유럽 진출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권창훈은 검정색 플라스틱테 안경을 착용해 '노량진 고시생'이란 새 별명도 얻었다. 수원 삼성 SNS 동영상 캡처 화면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권창훈(23)을 프랑스로 떠나 보낸 수원 삼성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창훈의 프랑스 리그 디종FCO 입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수원 구단은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한 뒤 18일 오전 공식 발표했다.

그의 이적 조건은 당초 확인된<스포츠조선 13일 단독 보도>대로 계약기간 3년6개월에 이적료 120만유로(약 15억원), 디종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 이적료의 일정 비율을 수원에 지급하는 것이다.

이번 이적은 유럽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권창훈의 소망이 현실화된 것이다. 수원 구단으로서는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만큼 박수치며 보내줄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큰 것은 수원 유스 출신 1호 유럽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살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9시 공식 발표가 나기 전까지 번갯불에 콩볶듯이 심야소동을 치렀다. 수원 구단이 디종측으로부터 최종 이적합의서를 받은 것은 17일 밤이었다.

지난 13일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간 구단은 최종 합의서가 다소 늦어진 것에 대해 "프랑스와의 시차도 있고, 이적료 납부 방식 등 계약서의 부수 조항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원은 최종 합의서를 받자마자 권창훈의 프랑스행 항공편을 끊었다. 18일 오후 2시 출국 일정이었다. 낮 12시쯤 인천공항에서 국내 매체들과 출국 인터뷰도 하는 등 송별행사를 가지려고 했다. 장소도 출국장 A구역 앞으로 준비했다. 이런 사실을 18일 오전 10시쯤 공개하면 권창훈을 배웅하고픈 팬들에게도 예의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데 이게 웬걸, 18일 새벽 2시쯤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디종측에서 최대한 빨리 권창훈을 보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갑작스레 접수된 것. 수원은 준비된 출국 스케줄이 있어 난색을 표했지만 디종의 사정이 더 급했다.

그도 그럴것이 디종은 현재 프랑스 1부리그 16위(승점 20)로 강등권에 걸린 18위 앙제와 승점이 같고 골득실에서 간신히 앞서 있다. 힘겹게 1부리그로 올라왔는데 다시 강등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디종은 권창훈의 입단에 대비해 중앙 미드필더 조앙 가스티앙을 다른 구단으로 보내기로 한 상태였다.

오는 22일 릴과의 정규시즌 경기를 치러야 하는 디종으로서는 권창훈의 빠른 합류가 절실했다. 권창훈은 K리그 2016년 시즌을 막 끝낸 터라 준비된 상태가 아니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디종이 아니었던 게다.

결국 수원은 이날 오전 구단을 방문해 작별인사를 하려던 권창훈을 보지도 못하고 쓸쓸히 출국한 권창훈과 전화 인사만 해야 했다. 다행히 미리 찍어둔 작별인사 동영상이 있어 구단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것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나마 구단과 권창훈은 추억할 만한 선물과 약속을 주고 받았다. 지난 주말 본격 이적협상을 위해 권창훈이 구단 사무실을 찾아왔을 때 2016년 FA컵 우승을 기념해 제작한 보조배터리를 선물했다. 구단 관계자는 "휴대폰 충전할 때마다 여기에 찍힌 블루윙즈 로고를 보면서 수원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단다.

더불어 구단은 먼 훗날 K리그로 돌아오면 수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당부했고 권창훈도 "유스 출신인 내가 다시 돌아올 곳은 수원"이라고 화답했다.

수원 구단은 "어린 시절부터 수원 삼성에서 성장한 권창훈이 같할 수밖에 없다. 어린 자식 출가시키는 기분인데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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