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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자랑 김도훈 감독과 울산 선수단을 환영합니다'
'여전히 초보' 외치는 13년차 지도자
울산 구단 관계자는 "통영 시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다양한 도움도 받고 있다"며 '김도훈 효과'를 소개했다. 통영이 배출한 자랑이니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통영은 내가 자란 곳이자 축구 선수로 꿈을 키운 곳이고, 울산은 고교(학성고) 시절 동경했던 '명가'다. 울산 지휘봉을 잡고 통영을 찾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감회에 젖었다. 오랜 코치 생활에 이어 감독 3년차에 접어들었으니 느긋해 질 법도 하다. 김 감독은 "코치로 10년, 감독으로 3년이 됐다. 시간 정말 빨리 간다"고 웃으면서도 "아직까지 난 초보다. 코치 시절 여러 경험을 했지만 감독으로 이끄는 팀은 또 다르다. 인천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고 선수들의 노력으로 성과를 낸 시절도 있었다. 독일 연수를 거쳐 울산 지휘봉을 잡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명가' 울산, 자신감을 가져라
'만년 우승후보', '명가' 타이틀은 울산이 매년 우승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김 감독에게 주어진 여건이 풍족하진 않다. 김태환 구본상 마스다 등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군입대, 계약 만료 등으로 팀을 떠났다. 일각에선 울산이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래 올 시즌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감독은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웃은 뒤 "ACL 우승 뒤 리빌딩이 시작되며 무게감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울산 엠블럼을 달 정도의 선수라면 기량 면에서 떨어지는 선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나와 선수들 모두 울산을 거쳐간 수많은 선배들이 쌓아올린 '명가'라는 타이틀과 역사를 이어가는 징검다리가 되야 한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인천 시절 '늑대축구'로 바람몰이를 했다. 탄탄한 중원과 뛰어난 측면 공격, 쉴틈없는 압박을 활용한 축구를 구사했다. 이를 두고 김호곤 전 감독이 울산에서 구사했던 '철퇴축구'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철퇴축구는 울산이 일궈낸 훌륭한 팀 컬러 중 하나다. 굳이 없앨 이유가 없다. 다만 철퇴를 들더라도 한 개만 들 이유는 없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철퇴를 하나만 드는 것보다 쌍절곤처럼 2~3개씩 든다면 더 위협적일 것이다(웃음)."
소통의 리더십, 맹호 본능 깨운다
'리더십'은 김 감독의 '늑대축구'가 빛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취임 한 달이 지난 울산에서도 효과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훈련장에서 스스럼 없이 선수들 틈으로 끼어들어 장난을 치고 볼을 빼앗으며 망가지는(?) 그의 모습에 선수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불과 몇 시간 전 체육관에서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서킷트레이닝에서 절규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전북 현대서 울산으로 이적해 온 공격수 이종호는 "말로만 듣던 훈련을 처음 접했을 땐 '죽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훈련이 기다려질 정도"라며 "사실 밖에선 울산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전혀 딴판이라 나도 놀랍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신뢰가 쌓여야 제 실력도 나온다. 지금은 나와 선수들이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라며 "선수들이 훈련 초반부터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울산은 11일 통영 훈련 일정을 마무리 하고 13일 스페인 무르시아로 출국한다. 한 달 간 이어지는 스페인 일정에선 전술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새 시즌 윤곽을 짤 계획이다. 김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수들을 점검할 것이다. 개개인의 강점을 발휘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며 "시즌이 시작될 때 쯤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맹호(猛虎)'로 변모할 우리 선수들을 지켜봐달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통영=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