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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민들에게 쯔엉은 박지성 손흥민 같은 존재다."
베트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34위)에서 필리핀(120위), 태국(126위)에 이은 동남아 3위다. 프로 무대인 V리그는 매 경기 만원관중이 채워지는 엄청난 열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아시아에선 크게 설 자리가 없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와 공동 개최했던 2007년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오른 게 전부다. 해외 진출은 '꿈 같은 이야기'였다. 동남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레콩빈(32)이 한때 일본 J2(2부리그) 삿포로에 입단했으나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한 시즌 만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해 쯔엉이 인천 유니폼을 입자 베트남 축구계가 들썩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수많은 우승팀을 배출한 K리그는 동남아 선수와 팬들에게는 '꿈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쯔엉을 향한 베트남 국민의 관심을 한국으로 치환하면 박지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지난 2005년 맨유(잉글랜드) 입단 당시 꼭 그랬다. 한국 축구의 위상이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 무대를 노크할 정도로 올라섰다는 희망가가 넘실거렸다. 박지성의 입단을 시작으로 수많은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이 탄생했다. 'K리거 쯔엉'에게 갖는 베트남 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유럽파들의 활약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 시절 쯔엉은 단지 '마케팅용 선수'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았다. 제 실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4경기에 출전했으나 풀타임 출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패스나 움직임은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비 등 보완점만 개선된다면 'K리거' 다운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강원은 '경기력'을 전면에 내걸었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경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선수라면 마케팅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쯔엉이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영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쯔엉 역시 "내 강점은 더 강하게 만들고, 약점은 강하게 바꾸겠다"며 경쟁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팜후이찌 대사는 "15만 주한 베트남 교민들은 쯔엉을 열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 박지성 처럼 쯔엉이 베트남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향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