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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뛰는 걸 보면 기적같은 일이죠."
왼쪽 수비수 홍 철(26)이다. 발목 수술 후 지난 8월 복귀한 홍 철은 10월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시작되자 슈틸리케호 단골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가대표 복귀는 작년 9월 이후 13개월 만이었다. 사실 홍 철이 올해 초 발목 수술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부활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원 관계자들이 홍 철의 부활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단지 빠른 부상 회복 때문만은 아니다. 눈물어린 뒷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딛고 살아난 인간승리였기에 더욱 특별했다. 수원 구단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홍 철의 부활 스토리를 소개했다.
한데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통증이 재발했다. 축구선수 부상에 정통하다는 일본 고베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박리성 연골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발목 연골이 젤리처럼 흐물흐물 연화되는 병이라고 한다. 축구선수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게 발목이다. 그것도 발목을 지지해주는 연골이 녹아내리면 더이상 축구화를 신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국가대표급 수비수로, 수원 삼성 수비라인의 핵심으로 한창 뜨고 있는 시점. 청천벽력같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때 수원 구단의 발빠른 대처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구단은 홍 철의 부상 관리를 위해 전담팀을 가동하고 초기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6년 시즌 개막이 임박한 시기였다. 통증이 완화되면 좀 무리해서라도 뛰게 할 수 있었지만 시즌 초반 팀성적을 포기하더라도 홍 철을 살리는 데 전념했다.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부상 부위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하기 위해 의료기술이 좋다는 여러 '명의'들을 찾아 최선 찾기에 나섰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의사 소견서와 CT촬영 필름을 독일과 일본의 전문 의료진에 보내 보다 정확한 판단을 요청했다.
관련 분야에서 저명한 일본의 구로타 박사는 연골 이식수술을, 독일의 파이퍼 박사는 미세천공술을 권유했다. 홍 철은 구단과 협의 끝에 부상 부위의 크기와 재활기간 등을 고려해 미세천공술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4월 초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뼈에 구멍을 ?돗 피가 나오게 한 뒤 피를 응고시켜 연골 기능을 하도록 하는 수술로 '축구 레전드' 박지성(은퇴)이 현역 시절 받았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부상 부위가 크지 않아 연골 이식을 하지 않고도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술 당시 복귀까지 6개월이 걸릴 것이란 우려를 뒤엎고 4개월 만에 복귀에 성공한 홍 철. 아직 슈틸리케호의 수비 고민을 덜어 줄 확고한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그는 소속팀 수원과 한국축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래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딛고 이뤄낸 부활이 더욱 값지다.
수원 구단 선수지원팀 김진훈 팀장은 "요즘 홍 철이 팔팔하게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 졸였던 6개월 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면서 "구단의 발빠른 대처로 귀중한 축구 자원을 구해냈다는 점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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