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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멤버로 부활한 홍철 '선수생명 위기 극복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11-02 17:27





"저렇게 뛰는 걸 보면 기적같은 일이죠."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A대표팀 선발 명단을 받아 든 수원 삼성 관계자들이 유독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선수가 있다.

왼쪽 수비수 홍 철(26)이다. 발목 수술 후 지난 8월 복귀한 홍 철은 10월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시작되자 슈틸리케호 단골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가대표 복귀는 작년 9월 이후 13개월 만이었다. 사실 홍 철이 올해 초 발목 수술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부활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원 관계자들이 홍 철의 부활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단지 빠른 부상 회복 때문만은 아니다. 눈물어린 뒷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딛고 살아난 인간승리였기에 더욱 특별했다. 수원 구단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홍 철의 부활 스토리를 소개했다.

홍 철이 오른쪽 발목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동계훈련때다. 초기 진단 결과 4주간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해서 큰 병이 아닌 줄 알았다. 통증이 가라앉자 스페인 전지훈련에도 참가했다.

한데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통증이 재발했다. 축구선수 부상에 정통하다는 일본 고베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박리성 연골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발목 연골이 젤리처럼 흐물흐물 연화되는 병이라고 한다. 축구선수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게 발목이다. 그것도 발목을 지지해주는 연골이 녹아내리면 더이상 축구화를 신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국가대표급 수비수로, 수원 삼성 수비라인의 핵심으로 한창 뜨고 있는 시점. 청천벽력같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때 수원 구단의 발빠른 대처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구단은 홍 철의 부상 관리를 위해 전담팀을 가동하고 초기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6년 시즌 개막이 임박한 시기였다. 통증이 완화되면 좀 무리해서라도 뛰게 할 수 있었지만 시즌 초반 팀성적을 포기하더라도 홍 철을 살리는 데 전념했다.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부상 부위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하기 위해 의료기술이 좋다는 여러 '명의'들을 찾아 최선 찾기에 나섰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의사 소견서와 CT촬영 필름을 독일과 일본의 전문 의료진에 보내 보다 정확한 판단을 요청했다.

관련 분야에서 저명한 일본의 구로타 박사는 연골 이식수술을, 독일의 파이퍼 박사는 미세천공술을 권유했다. 홍 철은 구단과 협의 끝에 부상 부위의 크기와 재활기간 등을 고려해 미세천공술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4월 초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뼈에 구멍을 ?돗 피가 나오게 한 뒤 피를 응고시켜 연골 기능을 하도록 하는 수술로 '축구 레전드' 박지성(은퇴)이 현역 시절 받았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부상 부위가 크지 않아 연골 이식을 하지 않고도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술 당시 복귀까지 6개월이 걸릴 것이란 우려를 뒤엎고 4개월 만에 복귀에 성공한 홍 철. 아직 슈틸리케호의 수비 고민을 덜어 줄 확고한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그는 소속팀 수원과 한국축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래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딛고 이뤄낸 부활이 더욱 값지다.

수원 구단 선수지원팀 김진훈 팀장은 "요즘 홍 철이 팔팔하게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 졸였던 6개월 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면서 "구단의 발빠른 대처로 귀중한 축구 자원을 구해냈다는 점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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