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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나 네이마르, 수아레스 같은 선수를 막는 대책 따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공격 트리오는 시너지 효과를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각기 다른 장점을 하나로 뭉쳐 더 큰 효과를 내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호날두-루니-테베스 트리오는 호날두의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수인 루니, 테베스는 공간창출과 수비에 헌신해야 했다. 호날두-가레스 베일-카림 벤제마로 이루어진 레알 마드리드의 BBC 트리오도 벤제마가 2선으로 내려서며 해결책을 찾았다. 이름값이 큰 선수 세명을 모았다고 해서 최고의 공격트리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셋이 함께 빛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도 MSN 이전 티에리 앙리-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메시라는 당대 최고의 결정력을 지닌 선수들을 한데 모았지만, 불화로 단 한 시즌만에 해체시키는 아픔을 겪었다. 이유는 메시 중심의 전술을 이브라히모비치가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MSN은 다르다. 공격 트리오 본연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 개개인의 개성도 함께 빛난다. MSN의 전술은 네이마르가 왼쪽에서 커트인(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하고, 중앙에 포진한 수아레스가 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간을 만들고, 오른쪽에 포진한 메시가 중앙을 오가며 경기를 조율하는 것이 기본 포맷이다. 대표팀에서는 프리롤로 뛰는 선수들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전술적 통제하에 움직인다. 하지만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은 절대적으로 보장해 준다. 네이마르의 주 움직임은 커트인이지만, 때로는 메시처럼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기도 한다. 수아레스는 중앙에서 센터포워드처럼 움직이지만 때로는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측면을 오간다. 메시 역시 수아레스가 만들어진 공간을 통해 특유의 제로톱 움직임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MSN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9월 AS로마전이 힌트가 될 수 있겠다. 지금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으로 축구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을 말함) 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미드필드에서 최대한 빨리 MSN에 볼을 전달한 후 이들의 능력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주 전술로 삼고 있다. 이들이 볼을 잡기 전에 사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압박을 하면 안된다. 과감한 전방 압박은 오히려 탈압박 능력이 좋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먹잇감이 된다. AS로마는 일단 바르셀로나 빌드업의 중심이 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막는데 주력했다. 볼이 MSN에 전달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만약 볼이 전달되면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메시와 네이마르가 질주하기 전 사전에 차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1차 저지선과 2차 저지선을 나눠 이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게 막았다. AS로마는 MSN을 무득점으로 묶으며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물론 이를 90분 내내 집중력을 갖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도 저도 안되면 조제 무리뉴 감독의 표현대로 골문 앞에 버스를 주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10명이 모두 수비로 내려서 박스를 사수하는 것이다. 승리 대신 무승부가 목표라면 말이다. 물론 이 역시도 쉽지 않은 미션이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당시 10백 전술을 쓰며 "당신이 페라리를 타고 내가 경차를 타는 데 경주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내기 이기려면 당신의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을 내거나 연료탱크에 설탕을 집어넣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MSN을 막기 위해서는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게 아니라 아예 바퀴를 빼고, 연료탱크에 설탕을 넣는게 아니라 아예 엔진을 빼야 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MSN 봉쇄는 불가능한 임무에 가깝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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