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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호,호주와의 평가전이 남긴 것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1-29 18:11 | 최종수정 2015-11-30 01:15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윤덕여호가 이번에도 호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A대표팀은 29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안방에서 열린 모처럼의 A매치, 지난해 5월22일 아시안컵 준결승전 1대2 패배의 설욕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한골차로 분패하고 말았다.

앨런 스타직 감독이 이끄는 호주 여자대표팀은 FIFA 랭킹 9위, 17위인 한국보다 높다. 2007년부터 3회 연속 FIFA 여자월드컵 8강에 오른 강호다. 승패를 떠나, 내년 2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모의고사 성격인 이번 평가전은 의미 있다. 내년 2월까지 남은 3개월간 집중적으로 살펴야할 포인트를 짚었다.

해결사의 부재, 공격라인의 부진

"호주의 강한 압박을 뚫어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호주에게 0대1로 패한 후 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공격라인에 대한 이날 경기 초반 한국은 호주의 기세에 눌렸다. 세트피스 찬스를 연거푸 내줬고 점유율에서 밀렸다. 박스안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며, 전반 슈팅 수에서도 2대 5로 뒤졌다. 후반 중반 '베테랑' 전가을, 이영주의 투입 이후 공격은 활기를 되찾았다. 전가을-지소연-이금민의 인상적인 쇄도 장면도 눈에 띄었다. 후반전에 슈팅수에서 5대3으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원샷원킬'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영국에서 리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메시' 지소연(첼시 레이디스)는 이날 첫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섰다. '캡틴' 지소연은 조소현, 심서연 등 기존의 플레이메이커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1-2선을 오가며 활약했다.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직접 해결하기보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연결고리' 역할에 주력했다. 전반에는 이현영 아래 섀도스트라이커로, 후반에는 이민아와 자리를 바꿔가며 내려섰고, 후반 막판엔 다시 유영아와 함께 최전방으로 나서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그러나 슈팅은 한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A매치 78경기에서 39골을 기록한 '킬러' 지소연의 침묵은 공격라인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동아시안컵에서 영리한 플레이로 스타덤에 오른 이민아 역시 전반 31분 세트피스에서 날선 왼발 슈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소집기간이 짧았던 탓에 지소연과 기대했던 패스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윤 감독은 "소속팀에서 이민아는 지소연 자리에서 뛴다. 오늘 조금 밑에서 뛰게 했는데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캡틴' 지소연에 대해서도 "주장으로 부담감이 있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어디에 서든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2월에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라인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윤 감독은 "현재 젊은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지만 선수 풀 자체가 크지 않다. 박은선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기존 선수들을 데리고 전술 변화를 줘서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영건'들의 발견, 세대교체의 희망


올시즌 여자축구는 WK리그의 일정에, 캐나다여자월드컵, 동아시안컵, 전국여자축구대회, 전국체전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WK리그 종료 후 윤덕여호 주전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플레이메이커' 조소현, 심서연과 센터백 황보람, 김도연 등이 부상으로 호주전에 나서지 못했다. 리그 종료 직후 휴가에 돌입했다 소집된 선수들도 몸이 무거웠다.

윤 감독은 주전들의 이탈을 신예들의 등용문 삼았다. 이날 1994년생 공격수 이금민, 1996년생 수비수 홍혜지 등을 선발로 내세우며 집중 점검했다. 27일 호주와의 비공개 연습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이금민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7분 박스안에서 강유미의 킬패스를 이어받아 거침없이 오른발로 차올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90분 내내 '여자 루니'처럼 저돌적인 몸놀림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지난해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 올해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현장을 함께한 '영건' 이금민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재확인했다.

심서연, 황보람 등 센터백 자원의 잇단 부상속에 열아홉살 홍혜지가 A매치 데뷔전에 나섰다. 선배 임선주와 호흡을 맞추며, 체력적으로 우월한 호주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후반 23분 실점 장면은 옥에티였다. 호주가 2선에서 때린 볼이 임선주와 홍혜지 사이로 떨어졌다. 클리어링 과정에서 센터백의 호흡이 어긋났고, 흐른 볼은 호주 스트라이커 카이야 시몽 앞으로 향했다. 시몽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은 '신예' 홍혜지를 격려했다. "오늘 홍혜지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감독으로서 볼 때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선수다. 임선주와의 컴비네이션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경험을 통해 성장할 것이다."

내년 2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하는 리우올림픽 예선전은 험난한 일정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북한, 호주, 베트남 등 6개팀이 풀리그를 치러 1-2위팀만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한다. 대진은 '산 넘어 산'이다. 북한-일본-호주 순으로 맞붙는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빛나는 '아시아 최강' 북한, 캐나다여자월드컵 준우승국인 일본에 이어 전적에서 절대 열세인 '강호' 호주와 격돌한다. 윤 감독은 "어려운 팀들부터 만나게 돼 고민스럽다"면서도 "결국 우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은 기간,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은 3개월동안 할 일이 많다. 지소연, 전가을, 유영아, 이민아 등 기존 공격라인의 호흡을 다듬어야 하고, 플레이메이커 조소현, 수비라인을 책임질 심서연, 김도연, 황보람 등 부상자들의 복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윤 감독은 "1월23일부터 중국 4개국 초청대회가 있다. 대회 후 2월 4일부터 소집해 올림픽 예선전을 국내에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천=이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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