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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훈련소 입소 앞둔 '광양루니'이종호의 광주전 결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1-07 08:41



'전남이 사랑하는 에이스' 이종호(23·전남)에게 내달 7일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광주와의 홈경기는 올시즌 마지막 경기다. 4주간의 군사훈련을 위해 내달 9일 훈련소에 들어간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훈련소를 향하는 발길이 무겁다. 2라운드까지 리그 3위를 고수하던 전남이 8월 이후 12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눈앞에 아른대던 상위스플릿의 꿈도, FA컵 우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엎친데 덮친격 직전 홈경기에선 울산 코바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2대5로 패했다. 올시즌 최다 실점이었다. 주전 공격수로서 팀이 가장 힘든 시기에, 시즌을 조기마감하게 돼 미안함이 더 크다.

이종호는 "요즘 노상래 감독님 얼굴을 뵐 낯이 없다"고 했다. 프로 5년차 이종호는 올시즌 30경기에서 10골3도움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두자릿수 골을 기록했고,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난생 처음 A대표팀에 뽑혔고, 슈틸리케호에선 데뷔전 데뷔골도 신고했다. 클럽하우스 책상 앞에 상위스플릿, FA컵 우승 목표를 새긴 후 앞만 보고 달렸다. 개인적인 목표는 모두 달성했지만, 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속상하다.

지난 25일, 35라운드 숙명의 맞대결을 펼친 울산의 김신욱과 전남의 이종호는 '웃픈(웃기면서 슬픈이란 뜻의 인터넷 은어)'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종호는 "신욱이형이 '전남은 공격수 3명(이종호, 스테보, 오르샤)의 공격포인트가 50개 가까운데 왜 하위스플릿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길래 나는 '왜 울산은 리그 득점왕(김신욱)이 있는데 하위 스플릿인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고 했다. '팀플레이어'인 이들에게 개인의 영예보다 상위 스플릿 무산의 아픔은 깊다.

전남 드래곤즈 선수단은 28일 백운산 6시간 코스를 등반했다. 답답한 마음을 날리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고육지책은 '축구 훈련'이 아닌 '지옥 산행'이었다. 처음엔 다들 단순히 정상을 찍고 오는 줄로만 알았다. 내려오는 길은 '반전'이었다. 올라가는 길보다 더 험난한 '억불봉 코스'가 선수들을 기다렸다. 이종호는 "힘들게 정상에 도착했는데, 바람이 살랑 불더라. 세상을 내려다보니, 기분이 상쾌했다. 그런데 하산길 억불봉에서 다 퍼졌다.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데 힘들어 죽을 뻔했다"고 했다. 광양 출신 '등산인'(?) 임관식 코치가 작정하고 짠 지옥의 난코스였다. 잘 올라가는 것만큼 잘 내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시즌 마무리까지는 3경기가 남았다. 6시간의 마라톤 산행, 몸은 녹초가 됐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종호는 "분위기가 많이 처졌었는데, 팀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숙소에 가만히 있으면 속상해서 열불이 났다. 지옥 산행이 엄청 힘들었지만, 잡생각이 없어지더라. 한발한발 힘들게 정상에 오르고, 힘들게 내려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종호는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광주전에서 필승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전남은 광주에게 유독 약했다. 2011년 6월 18일 이후 9경기에서 무승(4무5패), 노상래 감독 역시 올해 3번의 맞대결에서 1무2패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종호는 "노 감독님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뛸 것이다. 감독님께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힘을 실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 광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전을 이겨도 감독님께 죄송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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