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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즐기자는 생각만 했어요."
역대 슈퍼매치에서 4골을 홀로 터뜨린 선수는 없었다. 윤주태가 유일했다. '축구 천재' 박주영(30·서울)도 넘었다. 박주영은 슈퍼매치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였다. 박주영은 지난 2007년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을 상대로 3골을 몰아치며 4대1 완승을 이끈 바 있다. 그러나 윤주태는 박주영보다 한 골을 더 넣어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날 윤주태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아드리아노를 대신해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윤주태는 후반 조커로 기용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주태가 가지고 있는 득점본능이 깨어나길 바란다. 기존 교체로 활용했는데 전반부터 시험이다. 선수에게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주태의 득점포는 전반 추가시간 또 다시 가동됐다.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수원의 뒷 공간을 노리던 윤주태가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대포알 오른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에도 윤주태가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10분 윤일록의 패스를 받은 윤주태가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치고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윤주태의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고요한이 수비수 뒷 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경기가 끝난 뒤 윤주태는 "(차)두리 형이 은퇴하는 경기였다. 팀이 승리해서 좋았다. (박)주영이 형이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고 들었는데 4골로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웃었다.
윤주태가 이날 4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욕'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이번 시즌 교체로 나갔던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어제 자기 전에 많은 생각을 안하려고 했다. 경기를 즐기자는 생각밖에 안했다. 마지막 홈 경기였고, 내가 선발로 나가는 경기에서 하고자 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설며했다.
학성고-연세대 출신인 윤주태는 대학 3학년이던 2011년 6월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FSV프랑크푸르트에 깜짝 입단했다. 그리고 지난해 유턴했다. 신인드래프트를 신청, 1순위로 서울의 지명을 받았다. 윤주태는 "독일에서 돌아올 때는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아쉬움은 더 높은 곳(분데스리가)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드래프트에서 서울에 지목됐을 때 마음이 편안했다.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고 싶었다. 좋은 선수들과 운동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K리거 1년차 때는 겁이 없었다. K리그를 낮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나도 프로 경험이 있어 빨리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다. 적응이 필요했다. 올해는 플레이하는데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최 감독님의 성향에 맞추려고 했다. 1년차 때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그래서 팀 플레이가 미흡했다. 이번 시즌은 팀에 맞추려고 했다. 슈팅 상황에선 해결 능력이 자신있었다"고 말했다.
윤주태는 K리그에서 시즌 9호골을 기록, 단숨에 득점 레이스 톱 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아드리아노가 팀에 온 뒤 부산 원정 경기였는데 교체된 뒤 3분 만에 골을 넣은 적이 있다. 후반기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회상했다.
윤주태는 "올 시즌 보니깐 오늘 전까지 K리그와 FA컵 등 모든 대회에서 9골을 넣었더라. 다 합쳐서 10골만 넣자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생각지도 못하게 4골을 넣었다. 욕심은 안내겠지만 더 큰 목표에 도전해보겠다"고 전했다.
상암=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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