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형제'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가 재정에 큰 타격을 받게 생겼다.
두 팀은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발표한 모기업 포스코의 비상경영 쇄신안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임원 교체가 시발점이었다. 지난 2월 부임한 김응규 포항 사장이 5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구조조정 된 포스코 임원 25명에 포함됐다. 포스코P&S 대표이사를 역임한 신영권 사장이 포항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나머지 임원들도 최소 10% 이상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다.
포항과 전남은 포스코 계열사다. 쇄신안 중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 회장은 부실 국내 계열사는 2017년까지 단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50%로 줄이고, 비핵심 해외사업도 30% 감축하겠다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당연히 포항과 전남도 재정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포항과 전남은 30%가 줄어든 포스코 후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경영환경 악화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모기업의 비상경영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그 동안 후원금을 조금씩 줄여왔다. 최근 포항과 전남은 포스코와 계열사에서 연간 120~130억원의 후원금을 받아왔다. 나머지 군소기업들의 자체 후원금을 합치면 구단 운영비는 연간 170~18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30%가 감축되면 포스코 후원금은 90~1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구단 운영비가 시도민구단과 비슷하거나 그 밑으로 추락하게 된다. 일례로 시민구단 성남FC의 경우 올해 구단 운영비가 183억원이나 된다.
철강 경기의 장기 침체로 넉넉지 않은 살림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오래 전부터 축구단 운영에 대해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왔다. 포스코 주식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대주주들로부터 축구단 투자 철회 요구까지 받을 정도였다. 방어벽도 허물어졌다. 포스코 창업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이 2011년 타계한 뒤 축구단 투자에 대한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포항이 지난 2년간 외국인 선수없이 팀을 운영했던 이유도 구단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차원이란 명목도 있었다. 2013년 '더블(한 시즌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며 저비용 고효율이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포항 관계자는 "포스코는 구단을 위해 후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다. 포항 시민들을 위해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축구단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위해 운영되는 계열사가 아니다. 시민들에게 좀 더 높은 문화의 질을 부여하기 위해 투자되는 곳"이라며 "후원금 삭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삭감이 되더라도 그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해 명문구단의 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시즌 중이라 당장 후원금이 삭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내년부터다. 30억원 가까이 예산이 줄어들 경우 당장 선수 연봉부터 삭감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고액 연봉 선수들을 정리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다. 선수들도 스스로 떠날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K리그 스타들의 해외 유출이 시작되고, 구단은 선수들의 이적료로 근근히 운영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직면하게 된다.
포항과 전남은 전북, 수원, 서울과 함께 K리그 클래식을 이끌어가고 있는 구단이다. 전남은 2009년(정규리그 4위)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3위를 질주하고 있다. 포항도 4위에 랭크돼 있다. '포스코 형제'는 후반기 전북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이 끝나면 무섭게 불어닥칠 후폭풍이 포항과 전남을 기다리고 있다. 팀의 존폐 위기까지 논할 정도는 아니지만, '포스코 형제'는 떨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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