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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식 올림픽대표팀 수석코치(45)가 추락하는 대전의 소방수로 낙점됐다.
1989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최 감독은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악바리'로 유명했다. 작은 키와 다소 느린 스피드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질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플레이로 실현했다는 내용은 아직도 축구계에서 회자된다. 최 감독은 A대표팀에서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비롯해 1994년 미국월드컵,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등 메이저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이후 최 감독은 전남(1999~2000년), 수원과 일본 J리그 오이타 트리나드(이상 2011년)를 거쳐 2002년 부천SK 유니폼을 입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준비된 인재다.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다. 경수유소년클럽 고등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계에 발을 내디딘 최 감독은 삼일공고 감독, 포항 유스팀 감독, 포항 2군 코치, 전남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는 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16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2013년부터 20세 이하 대표팀과 22세 이하 대표팀 수석코치로 이광종 감독을 보좌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냈다.
그렇다면 최 감독이 이끌 대전은 어떻게 변할까.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도자가 한 팀의 수장이 돼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선 최소한 2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상황은 급하다. 대전은 1승2무8패(승점 5)를 기록, 리그 꼴찌에 처져있다. 11위 부산(승점 11)과도 승점차가 6점이나 벌어져 있다. 강등을 피하기 위해선 최 감독도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신경쓸 부분은 다양한 득점루트 마련이다. 올 시즌 대전은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짙었다. 아드리아노에게 득점 찬스를 몰아주는 것이 팀의 유일한 공격루트였다. 그러나 단순한 공격 전술이 상대 팀에 간파되면서 골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최 감독은 조직력을 끌어올려 끈끈한 팀으로 바꿔 놓겠다는 전략이다.
가용할 자원이 많지 않다는 것은 최 수석코치의 고민을 가중시킨다. 현재 대전은 윤원일 이강진 이광훈 이현호 황지웅 윤준성 김다솔 사싸 등 12명의 즉시 전력감들이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이번 시즌 베스트 11이 단 한 경기도 호흡을 맞춘 적이 없을 정도다. 결국 최 감독은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의 간절함과 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끌어내 모래알같던 조직력을 향상시켜 반전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 감독의 축구 철학은 '재미있는 축구'다. 축구가 재미있어야 보는 팬들도 다시 경기장을 찾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를 잘 알고 있다. 지난 11경기까지 대전은 공수 양면에서 투박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테크니션답게 팀에 섬세함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서서히 변화하는 대전을 꿈꾸고 있다.
'최문식 매직'이 시작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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