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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A올해의 선수'지소연"존 테리가 볼뽀뽀 해주더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4-27 10:08



"존 테리 선수가 볼 뽀뽀를 해주더라."

'지메시' 지소연(24·첼시레이디스)이 잉글랜드 최고 권위의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소연은 27일(한국시각) 런던 그로스베너하우스에서 열리는 PFA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쟁쟁한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수상자로 호명됐다. 지소연은 지난 17일 지난해 수상자인 루시 브론즈(맨시티레이디스), 팀 동료 에니올라 알루코(첼시레이디스), '아스널 캡틴' 켈리 스미스(아스널레이디스), 제스 클라크(노츠카운티레이디스), 캐런 카니(버밍엄시티레이디스)와 함께 '올해의 여자선수'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지소연은 유일한 외국인 후보였다. 지소연을 제외한 5명의 후보가 모두 잉글랜드 여자대표팀의 주전이라는 점,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동료 프로 선수들이 직접 뽑은 상이라는 점에서 지소연의 수상은 더욱 빛났다.

지소연은 겸손했다. 수상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시상식을 즐기러 갔다. 솔직히 스테이크 먹으러 갔다"며 웃었다. 수상을 예감하지 못한 탓에, 의상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버밍엄시티 원정 경기(1대0 승)가 끝나자마자 런던행 차편에 올랐다. 곧바로 시상식이 열리는 호텔로 향했다. 두터운 겨울 수트 상의에 매니저 언니가 급히 마련한 보타이를 매고 시상식 무대에 섰다.

주최측은 사전 인터뷰를 위해 시상식 1시간 반 전에 수상 소식을 귀띔했다. 지소연은 깜짝 놀랐다. "제가 어떻게 이 큰 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같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온 1m60 남짓한 작은 여자선수가 자국 에이스들을 줄줄이 제치고 데뷔시즌에 최고의 여자선수상을 휩쓸었다. 지소연은 "시상식장에 동양인은 나와 매니저 언니, 단 둘뿐이었다. 늘 한국과 아시아축구를 대표해 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영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했다. 시상식 후 지소연 곁엔 축하 인사가 넘쳐났다. "지소연의 수상이 수많은 축구선수들에게 큰 영감을 될 것"이라는 잉글랜드 축구계 인사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시상식장은 유쾌한 파티였다. 지소연과 에당 아자르, 첼시 소속 남녀 선수들이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휩쓸었다. 지소연이 트로피를 받아든 후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첼시 레이디스 팀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영문 소감을 말하자, 장내에는 "첼시! 첼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첼시 동료들과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첼시 남녀 선수들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밥먹고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웃었다. "아자르는 워낙 바빠서 많은 이야기는 못했고, 파브레가스, 존 테리, 이바노비치, 마티치, 드록바 등 함께 사진 찍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웃었다. 월드클래스 선수 틈새에서 '월드클래스' 지메시의 존재감이 빛났다. "상을 받고 나서, 존 테리 선수가 볼 뽀뽀를 해줬다. 이바노비치에게 '사진 찍자'고 하니까, 자기가 먼저 찍자고 부탁하려 했다더라"고 했다. "마티치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축하한다고 하더라."

이날 수상으로 '지메시' 지소연은 전세계 축구 팬 앞에 우월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소연은 'WSL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런던 최고의 여자선수상'에 이어 최고 권위의 'PFA 올해의 여자선수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리그별 베스트11, 'PFA 올해의 팀(Team of the year)'에도 WSL 베스트 미드필더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았다. 대한민국 남녀 축구를 통틀어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지메시' 지소연이 해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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