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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일.
전광판을 바라보는 울산 선수들의 표정은 망연자실 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경기, 후반 추가시간 터진 거짓말 같은 실점을 믿을 수 없었다. 짧은 마지막 공격 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그 중엔 울산의 일본인 미드필더 마스다 치카시(30)도 끼어 있었다.
기회를 잡지 못했던 울산에서 다시 도전을 택한 이유는 '승리에 대한 갈증'이었다. "2013년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마스다는 "사실 울산에 복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3년에 이루지 못했던 우승이 꿈을 다시 이루고 싶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윤정환 감독 체제로 전환한 울산의 화두는 실리다. 내용보다 결과를 얻기 위해 온 힘을 쓰고 있다. 승리를 위해 내용을 버리는 축구는 자칫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일찍이 비슷한 평가를 받은 바 있었던 울산이었기에 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스다의 생각은 달랐다. "이기는 축구가 좋은 축구다. 프로이기 때문에 이겨야 한다." 마스다는 "J리그 가시마에서 뛸 때도 비슷한 축구를 한 바 있다"며 "프로는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다. 부진한 결과를 두고 내용으로 위안을 삼는 것은 자기만족 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변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팀을 다져가는 울산은 그래서 강한 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스다가 걸어야 할 길이 녹록지 않다. 윤 감독은 중원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마스다 뿐만 아니라 하성민과 재계약에 이어 성남, 강원, 인천서 활약하던 제파로프, 김태환, 구본상을 잇달아 영입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마스다가 그라운드에 서는 일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마스다는 "프로이기 때문에 경쟁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팀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윤 감독의 축구에 서서히 적응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팬들이 내 복귀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말에 놀랐다.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고 의지를 다졌다.
마스다의 2015년 목표는 '한풀이'다. 2년 전 그라운드에서 흘린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우승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울산은 그럴 힘이 있다고 확신한다."
미야자키(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