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방마님 경쟁 최종 승자는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은 한국 축구 안방마님 계보의 변화를 알린 대회다. 제3의 자원으로 꼽혔던 김진현이 정성룡(30·수원) 김승규(25·울산)의 아성을 깼다. 김진현은 이번 대회에 나선 3명의 골키퍼 중 가장 많은 5경기를 소화했다. 김승규는 김진현이 감기몸살로 컨디션 난조를 보인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대회 직전 부상한 정성룡은 두 후배의 기둥 역할을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김승규에겐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선배 정성룡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발돋움 했다. 슈틸리케 감독 취임 후에도 김진현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김진현이 비운 쿠웨이트전을 무실점으로 장식하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볼처리와 수비라인과의 호흡 등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기엔 2%가 부족했다. 정성룡은 대회 개막 직전 부상으로 부족해진 훈련량이 결국 주전경쟁에서 밀리는 요인이 됐다.
그동안 태극전사 골문은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됐다. 필드플레이어와 다른 특수한 포지션 환경 탓에 매 경기 변화를 주기 어렵다. 때문에 넘버원 골키퍼의 장기집권을 허락했다. 최인영 김병지 이운재 정성룡으로 이어진 지난 20여년의 한국 축구 골키퍼 계보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7~8년 간 독주체제로 이어져 왔다.
슈틸리케호에선 장기집권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성룡 김승규를 밀어내고 김진현의 손을 들어줄 때부터 틀이 깨졌다. 호주아시안컵에선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준 김진현이 웃었다. 하지만 김진현은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수비진과의 조율 실패로 골문을 비우고 달려 나오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100점 만점을 받진 못했다. 정성룡 김승규의 기량이 김진현에 비해 결코 처지지 않는다는 점도 장기집권 가능성에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는 이유다.
55년의 한(恨)을 풀지 못한 한국 축구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3월 23~31일 A매치 데이 일정을 거쳐 6월 11일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돌입한다. 첫 여정을 끝낸 슈틸리케호엔 또 다시 도전과 경쟁의 무대가 펼쳐진다. 안방마님 자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