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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전북에서 생애 첫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진공 청소기' 김남일(37)이 일본 J2-리그 교토 상가로 이적한다.
김남일과 전북이 서로의 목표를 이뤄낸 뒤 웃으면서 맞이한 '아름다운 이별'이다. 2013년 말, 인천을 떠나 전북에 둥지를 튼 김남일은 2000년 프로 데뷔 이후 15년 만의 첫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의 한 해였다. 두 차례 부상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김남일은 '캡틴' 이동국(35)을 도와 전북의 후배들을 이끌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두 차례나 득점에 성공하며 전북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우승까지 이끌었다. K-리그에서 10년만에 터트린 득점에 15년 만에 들어올린 우승컵이었다. 우승 당시 김남일은 "얼떨떨하다. 사실 집에서 애를 보고 있어야 할 나이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우승 타이틀까지 따낼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전북은 2011년 이후 3년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 우승을 바라던 김남일과, 세 번째 별을 위해 베테랑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전북이 2014년에 함께 웃었다.
전북은 1년 계약이 끝나 자유계약(FA)신분이 되는 김남일에게 일찌감치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반면 김남일은 제2의 축구 인생에 대한 고민이 컸다. 결국 일본행을 결심했다. FA신분이라 자유롭게 전북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남일은 자신의 첫 우승을 이끌어준 최 감독을 찾아갔다. 개인 면담을 요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남일은 "전북 입단 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일본 구단에서 지도자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영입제의가 왔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김남일의 전북행을 설득하며 일본행 가능성을 미리 인지했던 최 감독 역시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는 김남일은 조만간 귀국해 일본행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두 시즌 동안 J-리그 빗셀 고베에서 활약한 김남일의 두 번째 일본 생활이다. 고베에서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던 와다 마사히로 감독이 교토 지휘봉을 잡고 있어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 김남일은 이미 교토행에 합의한 황진성(30)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