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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감독 교체한 제주-전화 한통으로 감독 날린 인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12-19 19:04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19일 인천 유나이티드로부터 오후 5시19분 경 메일이 날라왔다. '인천, 김봉길 감독 해임' 갑작스러운 해임발표에 김봉길 감독과 급하게 전화를 연결했다. 김 감독은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김 감독은 "오후 5시쯤 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김광석 대표이사와 유정복 구단주가 최종적으로 해임하기로 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당황스럽다"고 했다. 김 감독은 "대표이사가 얼마전 해임건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유 구단주와 일주일전 만나는 자리에서 '해임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다. 유임시킬테니 열심히 하라'고 들었다. 몇일 전에는 이정민 운영팀장을 만나 다음시즌 운영 방안에 대해 이야기 까지 나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덜컥 전화로 해임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19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하우스 인재관 강당에서 열린 조성환 제주 신임 감독의 취임식에 특별한 손님이 함께 했다.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상호 합의 하에 아름다운 이별을 선언했다. 박 감독의 아름다운 이별은 조 감독의 취임식에서도 이어졌다. 말그대로 깜짝 방문이었다. 신변 정리 차 제주로 돌아온 박 감독은 지난시즌 코칭스태프로 함께 했던 조 감독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취임식장을 찾았다. 구단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방문이었다. 박 감독은 "사실 점심약속이 있어서 원래 못오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후배에게 기를 불어넣기 위해 약속을 미루고 왔다"고 했다. 박 감독은 조 감독에게 머플러를 걸어주며 후배의 앞길에 힘을 불어줬다. 그는 "조 감독이 내 밑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코치가 감독이 되서 전 감독으로 기쁘다. 분명한 것은 나보다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갖고 있는 철학을 제주에 심었으면 좋겠다. 뒤에서 항상 응원하고 잘될 수 있게끔 기도할 것이다. 선수와의 소통, 승부욕, 성실함이 조 감독의 장점이다.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 의지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위의 도움이 있으면 목표에 이룰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경써주시고 더 큰 사랑 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날 벌어진 인천과 제주의 대조적인 행보다. 인천은 전화 한통으로 자리를 없애버렸다. 예의와 절차는 없었다. 2008년 인천 코치에서 시작해 2010년과 2012년 2차례의 감독 대행을 거쳐 2012년 시즌 중 정식 감독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선수단을 지휘하며 7년 동안 인천을 위해 헌신한 감독에게 내린 조치치고는 매너가 없는 행동이었다. 반면 제주는 감독교체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 감독과 장석수 사장은 면담을 통해 서로 더 좋은 길을 가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물러서고 새로운 사람이 올때까지 '정도'를 걸었다. 박 감독은 신임 조 감독을 축복했고, 조 감독과 구단도 박 감독에게 예로 답했다.

'파리목숨'이라 불리는 감독이다. 성적에 따라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는게 감독이다. 모든 감독의 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단과 감독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 축구판이다. 성적부진, 외국인선수 영입실패로 감독을 경질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전화 한통으로 7년간 구단을 위해 헌신한 감독과 한번에 인연을 끊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세련될 수는 없었을까. 같은날 벌어진 '아쉬웠던' 인천과 '아름다웠던' 제주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대조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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