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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이 사라지고 있다.
현실이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여전히 재활 훈련 중이다. 내년 1월 9일 개막되는 호주아시안컵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 15일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슈틸리케 감독은 대안을 물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현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스트라이커 기근 왜?
클래식 12개 구단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분석해도 내세울 자원은 이동국 김신욱 뿐이다. 정통 스트라이커는 매력을 잃고 있다. 우선 갈 곳이 없다. K-리그의 최전방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어렵다. 해외에 나가더라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나래를 펼치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유망주들이 꽤 있다.
이렇다보니 스트라이커를 꿈꾸는 자원이 부족하다.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은 대부분 공격보다 수비수를 지망한다. 김신욱의 경우 특별한 케이스다. 수비수에서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했다. 하지만 프로에서도 공격에서 수비수로 전향하는 선수가 더 많다.
미드필더를 중시하는 풍토도 한몫하고 있다. 현대 축구는 강한 압박으로 공간은 더 좁아지고 있다. 결국 활동량과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 스트라이커는 도박에 가까운 천덕꾸러기 포지션이 됐다.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
한때는 일본 축구가 한국을 부러워했다. 정통파 스트라이커 자원이 풍성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선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이동국,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황선홍 최용수가 포진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조재진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흐름이 끊겼다. 박주영 홀로 존재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김신욱이 승선했지만 활용가치는 떨어졌다.
"공격수는 있어도 스트라이커는 없다." 한국 축구의 민낯이다. 박주영 이근호(29·엘 자이시)의 경우 9번이 아닌 10번 스타일(공격형 미드필더)이다. 그렇다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쫓기에는 한계가 있다. 투톱에서 원톱으로 변화하던 현대 축구의 흐름은 '제로톱'으로 이어지고 있다. 패널티박스 안에 머물던 타깃형 스트라이커 대신 '네오 포워드'로 불리는 만능형 공격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상 미드필더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골을 만들어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네오 포워드'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한국 축구에는 호날두나 메시가 없다. 공격 전술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씨가 말라가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부활해야 국제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체계적인 스트라이커 육성을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