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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즌이 끝난 직후였다. 대구FC는 갑자기 이영진 감독을 경질했다. 말이 많았다. 이 감독이 대구를 맡은지 2년째였다. 2010년 최하위였던 팀을 2011년 16개팀 가운데 12위로 이끌었다. 빠른 템포의 기술 축구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 이사회는 이 감독이 탐탁치 않았다. 10월 시도민구단 맞대결이었던 광주, 경남, 강원전에서 3연패한 것을 거론했다. '다음해(2012년) 시행되는 승강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경질 이유를 밝혔다. 속내는 '지역 인물 꽂아넣기'였다. 다들 대구를 비난했다. 결국 대구는 비난을 못 이기고 브라질 출신의 모아시르 감독을 데리고 왔다. 그래도 이 감독을 내친 결정은 바꾸지 않았다.
주변 환경도 바뀌었다. 이 감독이 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도와줄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조광래 대구 사장이다. 조 사장은 "축구 클럽은 축구가 우선이다"고 선언했다. 재미있고 승리하는 축구를 보여주어야만 장기과제로 설정한 시스템 구축 및 브랜드 강화도 용이하다. 이 감독은 조 사장이 안양을 이끌던 시절 선수로 활약했다. 조 사장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도자다. 유소년 육성에도 탁월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의 김기희(전북)를 비롯, 골잡이 김현성(서울) 등 A대표, 올림픽대표선수를 키워냈다. 현재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황일수(제주) 송창호(전남) 송제헌(상주) 등도 그의 조련을 받았다. FC서울 지도자 시절에도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 고명진(서울) 송진형(제주) 등 어린선수들을 발굴, 육성했다.
이 감독은 대구를 떠나있던 기간동안 청주대를 맡아 착실하게 경험을 쌓았다. 충북권역에서 중하위권이었던 청주대는 이 감독이 부임한 뒤 권역 내 정상권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 전국체전 출전권을 획득했다. U-리그에서도 권역 3위에 올라 왕중왕전에도 진출했다.
3년만에 대구로 돌아온 이 감독은 "빠른 템포의 기술 축구를 보여줄 것이다. 동시에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승격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5일 대구의 신인선수 공개선발에 참가하면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