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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악연'이다.
상황이 또 바뀌었다. 운명이 다시 장난을 치고 있다. '황새(황선홍)'와 '독수리(최용수)'가 내년 시즌 0.5장의 ACL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툰다. 서울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놓쳤다. 포항으로서도 예상 밖이었다. 서울은 23일 FA컵 결승전에서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 승부차기에서 성남FC에 2-4로 패했다. 한 장의 ACL 티켓이 성남에 돌아갔다.
한국 축구는 3.5장의 ACL 티켓을 쥐고 있다. 정규리그에 2.5장, FA컵에서 1장이 걸려있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전북과 2위 수원도 이미 한 장씩 챙겼다. 남은 티켓은 0.5장이다. 왜 0.5장일까.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조별리그에 오를 수 있다. 전북, 수원, 성남의 경우 본선인 조별리그에 직행한다.
황 감독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포항은 스플릿 들어 1승도 챙기지 못했다. 3경기에서 2무1패다. 해피엔딩을 위해선 서울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어 자신감은 넘친다.
서울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최 감독은 23일 잊을 수 없는 고독한 밤을 보냈다. 16년 만의 FA컵 우승 도전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휴대폰도 껐다.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준우승의 아픈 현실은 인정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과오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은 아프지 않겠다며 내년 시즌을 위한 재설계를 시작했다.
최 감독은 24일 밝은 얼굴로 선수들을 맞았다. 포항전에 대비, 담금질을 시작했다. FA컵 후유증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야 한다. 축구는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