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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와 황선홍의 지긋지긋한 악연, '또 너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1-25 06:45


27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가 열렸다. 지난 포항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양 팀이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전 포항 황선홍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8.27

지긋지긋한 '악연'이다.

올시즌 무려 6차례나 격돌했다. 정규리그에서는 1승1무1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FA컵 16강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은 또 다른 전장이었다. 한 팀은 떨어져야 하는 '단두대 매치'였다. 두 무대 모두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독식했다. 서울은 FA컵 16강전에선 120분간 연장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ACL 8강 1, 2차전에서도 180분도 모자라 또 다시 30분간 연장 혈투를 치렀다. 하지만 0대0이었다. 결국 희비는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에서 엇갈렸다. 서울이 3-0으로 승리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지난달 그룹A 미디어데이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은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FC서울이다. 올해 두 대회를 서울 때문에 탈락했다. 지금도 최용수 감독의 얼굴을 보면 화가 난다. 이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기겠다"며 얼굴을 붉혔다. 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선수 시절부터 좋은 관계 속에 보이지 않는 라이벌 구도가 있다. 지고 싶지 않다. FA컵과 ACL에서 좋은 승부를 펼쳤지만, 스플릿 승부가 남아 있다. 후회없이 승부를 보고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상황이 또 바뀌었다. 운명이 다시 장난을 치고 있다. '황새(황선홍)'와 '독수리(최용수)'가 내년 시즌 0.5장의 ACL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툰다. 서울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놓쳤다. 포항으로서도 예상 밖이었다. 서울은 23일 FA컵 결승전에서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 승부차기에서 성남FC에 2-4로 패했다. 한 장의 ACL 티켓이 성남에 돌아갔다.

한국 축구는 3.5장의 ACL 티켓을 쥐고 있다. 정규리그에 2.5장, FA컵에서 1장이 걸려있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전북과 2위 수원도 이미 한 장씩 챙겼다. 남은 티켓은 0.5장이다. 왜 0.5장일까.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조별리그에 오를 수 있다. 전북, 수원, 성남의 경우 본선인 조별리그에 직행한다.

0.5장은 정규리그 3위가 가져간다. FA컵 결승전으로 연기된 스플릿 그룹A 4라운드가 26일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황새'와 '독수리'가 올시즌 마지막으로 만난다. 현재 3위는 포항(승점 57), 4위는 서울(승점 54)이다. 승점 차는 3점이다. 그런데 '독수리'가 승리하면 3위 자리가 바뀐다. 골득실에서 서울(포항 +12, 서울 +13)이 앞서 있다. 반면 '황새'가 복수에 성공하면 ACL 티켓 싸움은 끝이 난다.

황 감독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포항은 스플릿 들어 1승도 챙기지 못했다. 3경기에서 2무1패다. 해피엔딩을 위해선 서울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어 자신감은 넘친다.

서울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최 감독은 23일 잊을 수 없는 고독한 밤을 보냈다. 16년 만의 FA컵 우승 도전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휴대폰도 껐다.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준우승의 아픈 현실은 인정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과오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은 아프지 않겠다며 내년 시즌을 위한 재설계를 시작했다.

최 감독은 24일 밝은 얼굴로 선수들을 맞았다. 포항전에 대비, 담금질을 시작했다. FA컵 후유증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야 한다. 축구는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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