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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축구 최강팀의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K-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가득하다. '하향평준화'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수 년간 계속되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우수 선수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풀뿌리'인 K-리그의 위축은 곧 대표팀의 경기력과도 연결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아쉬움까지 더해져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 감독과 이동국, 김남일이 바라보는 한국축구의 현주소와 대표팀에 대한 생각, 목표를 들어봤다.
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프로축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우수한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 치중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하 최)=만약 내가 선수라도 중동에 갈 것 같다. K-리그의 연봉상한선을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연봉 30억을 받는 스타도 리그에 있어야 한다. 리그를 주도할 수 있는 선수, 우승을 이끌수 있는 선수라면 연봉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그런 환경을 못 만드는 리그 여건이 문제다. 큰 선수를 만들어야 어린 선수들이 꿈을 키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꾸 줄이려다보니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 나도 선수시절 봐온 광경이다. 선수들이 돈을 보고 해외로 나간다고 하지만 돈이 선수에겐 명예이기도 하다. 대우를 받지 못하면 이탈할 수밖에 없다. 팬들은 질 높은 경기를 볼 수 없다면 떠나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이 가장 염려된다. 인위적으로 판을 키울 수는 없지만,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고 본다. 리그가 활성화 되야 한다. K-리그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침체된다면 결국 대표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감독들이 계속 공격수 고민을 하고 있다. 나도 그랬다. 이런 점도 최근 리그 위축과 연결지을 수 있다고 본다.
-선수들 입장에선 전북의 독주를 어떻게 보나.
김남일(이하 김)=전북은 K-리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투자는) 우리가 올해 우승을 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다. 우리가 올해 우승을 못하면 지금까지 팀이 얻은 성과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독님, 프런트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생각했던 문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고 집중했다. 투자 없인 성과도 따라오지 않는다. 투자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동국(이하 이)=사석에서 다른 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전북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러워 한다. 지원, 시스템 모든 부분에서 전북은 독보적이다. 물론 이런 우리 팀을 넘기 위해 노력한 많은 선수들 탓에 우승으로 가는 길이 쉽지 만은 않았다.
-대형 공격수가 없다는 말이 많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내가 축구를 시작할 때는 재능이 있으면 전부 공격수를 시켰다. 지금은 미드필더나 측면에 많이 세운다는 말을 들었다. 질타를 이겨내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피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뛸 줄도 알아야 한다.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경기에 나설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정신을 갖는 게 우선이다.
-부상 중이지만 호주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이=시즌 전 어느 정도 목표를 두고 시작했다. 중반에 부상을 했지만, 참아가며 지금까지 했다. 마지막 몇 경기를 앞두고 또 부상해 많이 아쉽다. 2주가 지난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다. 아시안컵에 대한 부분은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회복을 하더라도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면 대표팀이나 나나 득이 되진 않는다고 본다. 대표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때 갈 수 있는 자리다. 여러가지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에 대한 미련은 없나.
김=사실 잘 생각을 안하게 된다. 주변에선 이야기하는데 적장 나는 큰 아쉬움이 없다. 후배들이 잘하고 있고 한국 축구도 계속 발전 중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대표팀 생활이 최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최=국가대표 감독 자리라는 게 아무나 갈 수 없는 자리는 아니다. 지도자에겐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자리다. 대표팀 감독직은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가는 과정, 돌아오는 과정 모두 해피엔딩을 꿈꿨지만 그렇게 되질 않았다. 그런 과정들이 지도자 인생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북은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었다. 전북이 잃어버린 날들을 찾기 위해 우승이라는 목표를 두고 더 채찍질을 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팀에 복귀한 뒤 빨리 잊으려고 생각하다보니 지금은 상당히 오래전 일 같다.
-최 감독이 대표팀에 다녀오신 뒤에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이=2009년부터 지금까지 전북, 대표팀을 오가며 감독님과 생활해봤다. 그런데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밖에선 '뭔가 달라졌다'며 색안경을 낄 진 몰라도 내가 보기엔 바뀐 게 없다. -팬들은 최 감독에게 '한국의 퍼거슨'이라는 말을 하는데.
최=가끔 나는 행복한 감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2005년 첫 부임 시절부터 현재까지 돌아보면 우승, 클럽하우스 등 꿈꿔온 여러 일들이 이뤄졌다. 그런 것을 보면 행복한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라는 직업이 우승을 하더라도 내년에 4위, 8위로 떨어지면 누구든 집으로 돌아가라 말한다. 성적, 환경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계약기간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계약기간 동안에는 성적이나 팀의 질을 높이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한 팀에 오래 있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도 생각해본다. 나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면서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미래는 꿈꿀 수는 있어도 내 마음대론 안된다. 계약기간 동안에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을 시작한 팀이니 끝을 여기서 맺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우승 이후 시즌이 어려운데, 다음 목표는.
최=당연히 다음 목표를 준비해야 한다. 6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뤘지만, 2011년 홈 준우승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변국의 많은 투자와 영입으로 ACL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K-리그가 축소, 위축받고 있다. 리그가 전체적으로 활성화 되야 하고, 상위 팀들이 함께 ACL을 목표로 가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K-리그 팀들이 ACL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리그 연패도 중요하지만, ACL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져가야 할 것 같다.
이=많은 관중들 앞에서 ACL 우승 트로피를 놓친 기억이 생생하다. 주변국 팀들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올해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내년 걱정은 내년에 하고 싶다(웃음). 하지만 올해 기분을 내년에도 계속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