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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 대한 욕심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원할 때 가고 싶다."
이영표의 은퇴 이후 고민이 깊었던 대표팀 레프트백 자리는 여전히 무한경쟁이다. 좋은 자원이 많다.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마인츠) 김진수(호펜하임)을 비롯 왼쪽 윙어와 풀백 자리를 모두 소화하는 김민우(사간도스), 홍 철(수원)도 있다. 이중 김진수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직후 허벅지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았고, 박주호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발목을 다쳤다. 2일 리저브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지는 않았다.
윤석영은 A대표팀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큰 욕심이 없다"고 했다. "물론 선수로서 영광스런 자리이고,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지만 팀에서 잘 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브라질월드컵 직전 인터뷰 때도 윤석영의 대답은 같았었다. "욕심 없다. 팀에서 충분히 뛰지 못했기 때문에 못간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었다. 마음을 비웠지만, 운명처럼 태극마크의 기회가 찾아왔었다.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QPR의 승격을 이끈 점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에 막차로 승선한 윤석영은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다. "브라질월드컵 때 부진한 것에 대한 비난은 당연하다. 월드컵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실망감을 드렸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은 맞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전남 드래곤즈 시절부터 지켜본 윤석영은 긍정적이고 올곧은 선수다. 끝없는 노력과 믿음, 인내로 낯선 땅에서 외롭고 힘든 시련의 시간을 이겨냈다. "지난 20개월간 참 힘들었다. 우여곡절끝에 QPR에 오게 됐고, 감독은 훈련장에서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내가 런던올림픽에서 뛴 것을 아는 이도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가 싫어진 적도 있었는데, 그 기분을 끝까지 가져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언제쯤부터인가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도 운동할 때만큼은 즐겁게 하자. 운동할 때만이라도 외국선수들에게 무시당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잉글랜드 진출 20개월만에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 준비된 윤석영은 투혼 넘치는 플레이로 기회를 잡아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이야기했다. 팀에서 인정받고, 리그에서 인정받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분위기도 좋고 팬들도 좋아해주신다. 런던에서 QPR 팬, 한국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신다. 그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월드컵 때 너무 잘하고 싶었지만 실망감을 안겨드려서 너무 아쉬웠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고, 좋은 경험이 됐다. 월드컵이든 일상이든 다 경험의 연속이니까"라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