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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은 시련이자 보약이었다. 브라질월드컵 에이스들이 각자의 그라운드에서 오롯한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의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주영 역시 부활을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알샤밥 유니폼을 입자마자, 18일 알힐랄과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신고했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로 1대0, 팀의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박주영의 골은 지난 3월6일 그리스와의 원정평가전 이후 7개월만이다. 클럽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것은 지난해 3월16일 셀타비고-데포르티보전 이후 무려 1년7개월만이다.
1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전에 나선 윤석영의 활약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려 1년8개월만에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2월 전남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적 직후 기회를 잡지 못했고, 기회를 보장받은 시점에 부상했다.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됐고, 임대 등을 통해 기회를 모색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왼발을 주로 쓰는 윤석영에게 오른발목 부상은 고질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브라질월드컵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QPR행 이후 치열한 주전경쟁속에, 크고 작은 모든 기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오른발목 연골이 거의 닳아없어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과정에서 부상은 심화됐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알제리전 직전 훈련중 발목을 다쳤지만, 팀을 위해 꾹 참고 달렸다.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QPR 프리시즌 준비를 하던 중, 또다시 발목을 다치며 리그 데뷔가 늦춰졌다. 그러나 윤석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즐겁게 운동하기'로 결심했다. 재활에 전념하는 한편, 2군경기, 23세 이하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감각을 예열했다. 8라운드 리버풀전을 앞두고 해리 레드냅 감독은 윤석영을 면담했다. 리버풀전 선발출전을 시사했다. 지난 5월3일 챔피언십 반슬리전(3대2 승)에서 선발출전해 데뷔골을 신고한 이후 5개월만의 선발이었다. 윤석영은 잘 준비돼 있었다. 준비한 것을 리버풀전에서 보여줬다. 리버풀 오른쪽 날개 라힘 스털링과 쉴새없이 충돌했지만 밀리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홈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뛰는 선수'를 요건 삼은 슈틸리케 감독이 살펴봐야할 선수가 늘었다. 한국 축구의 위기속에 젊은 에이스들은 단단한 자존심으로 다시 일어섰다. 이들을 지켜온 건 '의리'가 아니라 '실력'이었다. '실력'은 도망가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