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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경찰청에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부산 예비역' 최광희(30·부산 아이파크)가 이를 악물었다.
12일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부산-제주전, 최하위 부산이 4위 제주를 2대1로 이겼다. 피말리는 강등권 전쟁중에 얻어낸 천금같은 승점 3점이었다. 시작점은 '돌아온 부산맨' 최광희였다. 전반 7분 최광희는 전방으로 쇄도하는 파그너를 향해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찔러넣었다. 파그너가 제주 수비 2명을 뚫어내며 반박자 빠른 움직임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복귀전인 지난 1일 상주전에서 이미 날선 패스로 파그너의 골에 기여했던 최광희가 결국 2경기만에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부산은 2011년 10월 3대1 승리 이후 무려 9경기, 3년만에 제주를 이겼다.
최광희는 멀티플레이어다. 울산 학성고 시절까지 센터포워드로 뛰었고, 울산대에서 사이드백으로 전향했다. 오른쪽 윙어, 좌우 윙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2006년 울산, 2007년 전북에서 프로 초년병 시절을 보냈지만 '최광희의 팀'은 부산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시즌간 71경기를 뛰었다. 2012년은 축구인생의 전환기였다. 안익수 전 감독 아래에서 성실한 훈련과 강인한 멘탈로 인정받았다. 김창수가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며 비운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36경기를 소화했다. 2012년 시즌 직후 경찰청에 입대했다. '멀티플레이어' 최광희의 축구는 안산 경찰청에서 강해졌다. 정조국 박희도 조재철 이용래 오범석 양상민 등 '레알 안산' 초호화 멤버들과 발을 맞추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시즌 사이드백으로 활약하며 20경기에서 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6월29일 '라이벌' 대전전에서는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대1 대승을 이끌었다. 자신감이 올라왔다. "좋은 선수, 능력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축구가 재밌었다. 움직이면 패스가 들어오고, 패스를 찔러주면 받아 넣어주고…, 축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더 자신있게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군복무 기간이 자기관리에 철저한 최광희에게는 보약이 됐다. "군대에 가면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축구밖에 할 일이 없다. 부산의 전경기를 모니터링했고, 클래식 템포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훈련을 열심히 했다." 안산에서 물오른 공격본능을 부산에 그대로 옮겨왔다.
울산 출신이지만 '부산의 피'가 흐른다. 2008년 이후 수문장 이범영과 함께 '부산맨'으로 살아왔다. "부산은 내팀"이라고 강조했다. "내게 기회도 줬고, 다치고 힘든 시기에도 기다려줬던 팀이다. 가장 오래 있어 추억도 많고, 누가 뭐래도 나의 팀은 부산"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그러기에 부산은 최광희에게 "무조건 지켜야 할 팀"이다. "강등권에 머물면서도, 처음엔 설마설마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가 절실해졌다. 설마는 절실함, 절박함으로 바뀌었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다. 오직 승점 3점만을 생각하고 있다.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총성없는 전쟁이다. 내가 기꺼이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했다. 결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