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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스타]'부산꽃미남'박용지"재밌는선수 되고싶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0-10 06:48






1992년생 부산의 '꽃미남 공격수' 박용지(22)는 반전 있는 선수다. 작은 얼굴에 긴 팔다리, 미소년의 얼굴, 느릿한 말투의 골잡이는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빠른 발, 터프한 '반전'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힌다. 2011년 10월 홍명보호의 유일한 대학생 선수로 발탁돼 첫 출전한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첫 프로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 울산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첫 등장은 화려했지만, 재능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꿈의 런던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시련속에 정신은 더욱 강인해졌다. 박용지에 대한 윤성효 부산 감독의 평가는 "미래가 있는 선수"다.

'친구따라' 시작한 축구

축구의 시작은 '친구 따라'였다. 축구부 친구와 친해지면서 얼떨결에 축구화를 신었다. 발은 빨랐지만, 왜소했다. 가능성은 충만했지만 시련도 많았다. 문래중 진학후 첫 슬럼프를 경험했다. 아들의 축구를 열렬히 후원하던 아버지가 병마로 누우셨다. 어머니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 키는 크지 않고 축구는 늘지 않았다.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키도 안크고, 집안은 어렵고, 아버지는 편찮으시고, 축구는 안늘고, 자신감도 없고…." 총체적 위기였다. 축구부 탈퇴를 선언했지만 축구의 운명은 거스를 수 없었다. 감독이 다시 박용지를 불렀다. 못이긴 척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 이후 박용지는 단 한번도 멈춰서지 않았다. 유난히 키가 작은 아들을 염려한 아버지는 성치않은 몸으로 매일 새벽 신선한 '초유'를 구해 날랐다. "아버지는 의지가 강하신 분이었다. 보통 우유의 몇십 배나 영양이 많다며, 늘 얼린 초유를 챙겨주셨다." 중학교 졸업 무렵 1m64였던 키는 고등학교 졸업 때 1m80대로 훌쩍 자랐다. "키가 크면서 내 축구 스타일이 돌아왔다. 자신감도 함께 올라왔다. "

홍명보호 깜짝 발탁, 우즈벡전 '인생게임'

박용지는 전국대회 4강권을 꾸준히 유지하던 '축구명가' 김포 통진고의 에이스였다. 고교리그 득점왕도 수상했다. 중앙대 시절인 2011년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우즈벡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정우영이 부상했다. 대체선수로 홍 감독은 당시 U-리그 득점 1위 공격수 박용지를 깜짝 발탁했다. 박용지는 "감기기운이 있어 약을 먹고 곯아 떨어졌는데, 일어나보니 전화와 축하문자가 수십통 와있더라.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첫 경기부터 기회를 주셨고, 골도 넣었다. 꿈만 같았다." 첫 출전한 우즈벡전에서 데뷔골을 쏘아올리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런던올림픽까지는 인연이 없었다. "쉽지 않다고는 생각했다. 자신감이 부족했다. 아쉬운 기회를 놓쳤다.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위축돼 내 것을 못하고 나왔다."

프로 첫해 울산 그리고 시련

2013년 박용지는 김호곤 전 울산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프로 첫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대구와의 홈 개막전, 후반 교체투입돼 역전승을 이끌었다. 16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리그에 적응해가던 7월 울산미포조선과 연습경기중 발가락 피로골절로 쓰러졌다. "기회를 잡았을 때 부상이 왔다. 막 자리를 잡고 올라설 단계였는데…." 축구인생에서 처음으로 5개월을 쉬었다.

프로 두번째 시즌인 올해는 시작부터 시련이었다. 울산에서 6경기를 뛰었다. "감독님이 바뀌었고, 몸은 올라오지 않았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뭘해도 안되던 때였다." 7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부산은 스트라이커 양동현을 울산에 주고 '울산 쌍용 듀오' 박용지-김용태를 영입했다. 통진고 시절부터 박용지를 눈독 들였던 윤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매경기 박용지를 믿고 썼다. 8월 6일 K-리그 19라운드 경남 원정(1대1 무)에서 박용지는 시즌 마수걸이골로 믿음에 보답했다. 2013년 3월30일 울산-강원전 이후 17개월만에 쏘아올린 부활포였다. '강등권 부산의 골잡이' 박용지는 벼랑끝 승부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11경기 무패, 마음고생을 털었던 성남전 승리(4대2 승)는 잊을 수 없을 것같다. 승리가 이렇게 어렵고, 짜릿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매순간 죽기살기로 뛴다. "진짜 이렇게까지 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죽자살자 뛴다. 억지로 뛰는 게 아니라, 내가 많이 뛰고 싶어 그렇게 뛰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재밌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런던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을 놓친 박용지는 담담하게 미래를 말했다. "보여줘야할 시기에 공백이 생겼고, 기회를 잡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것 역시 내 인생이라 생각한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료했다. "재밌는 선수!" 네이마르와 이청용을 좋아하는 박용지는 "보는 맛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볼 잡으면 무얼 할까 기대되는 선수, 궁금해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축구 참 재밌게 하는구나, 참 좋아서 하는구나 싶은 선수"라며 웃었다. "스물두살 내 축구 인생은 평탄치 않았다. 고생도 많이 했다. 웬만한 것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다. 축구적으로도 늘 재밌게 하고, 도전하려고 하고, 즐기려고 한다."

피말리는 강등권 혈투중인 부산의 최전방에서 담담하게 '미래와 희망'을 노래했다. "이 고비만 잘 넘긴다면, 내년에는 충분히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부산은 가능성이 무한한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에 이어 부산에서도 소녀팬 부대를 몰고 다니는 '꽃미남' 박용지에게 "이미 스타 아니냐"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진짜 열심히 해서 스타가 돼야죠. '내일은 진짜 스타'죠."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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