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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의 올라선 아시아 정상이다.
이광종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김신욱(26·울산)과 마주 앉았다. 이 감독이 물었다. "몇 분 뛸 수 있겠니?" 김신욱이 대답했다. "15분 정도요." 그랬다. 김신욱은 15분밖에 소화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머릿 속을 스친 것은 이 감독과 김신욱의 인터뷰 내용이다. 우선 이 감독은 '숙적'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두고 김신욱의 활용을 예고했었다. "김신욱이 조깅 등 팀 훈련을 소화했다.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출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과의 4강전을 준비하는 시점에선 "부상한 김신욱은 4강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신욱은 일본전에 결장한 뒤 "아직 몸상태는 70%다"고 얘기했다. 지난달 30일 태국전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선 "사실 거의 다 나았다. 몸 상태가 70%라고 한건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연막'이었다. 상대가 김신욱에게 맞춘 전략을 짜고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 일종의 심리 전략이었다. 사실 김신욱의 몸 상태는 채 10%도 되지 않았다. 사우디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 전반 19분 만에 오른정강이 비골에 금이 갔다.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개인 트레이너까지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인근으로 불러 마사지를 받았다. 수영장에서 근육 강화 훈련도 병행했다. 하지만 회복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이제서야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 감독이 김신욱을 아끼려고 아낀 것이 아니라 아예 출전시킬 수 없었다. 북한전 15분 출전마저도 감지덕지였다. 또 다른 변수는 결승전에서 발생했다. 연장 후반 3분 이종호(전남)와 교체투입된 김신욱의 부상은 더 악화됐다. 북한 수비수와 부딪히면서 금이 갔던 비골 뼈의 일부분이 밖으로 돌출됐다. 그러나 또 다시 쓰러질 수 없었다. 참고 뛸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신욱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김신욱은 "첫 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후 부상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금메달을 일구기까지 수고한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해 눈물이 흘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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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감동, 기분좋은 포상 베팅
일거양득이다.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선수들은 병역 특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여기에 두둑한 포상금도 지급될 전망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감동시켰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지난해 부임 이후 국제대회 첫 우승을 맛본 정 회장을 헹가레쳤다. 그리고 라커룸에선 정 회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절까지 했다. 이번 우승은 14년간 프로팀 구단주를 비롯해 프로축구연맹 총재, 축구협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에게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포상금의 규모는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당시 홍명보호는 15억4000여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바 있다.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정 회장을 감동시킨 대가에 적절한 보상은 이사회를 거쳐 이뤄질 계획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