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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을 보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시즌 들어 녹아내리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수비진이다. 지난 여름 리오 퍼디난드와 네마냐 비디치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쏟아부은 2억 파운드는 라다멜 팔카오와 앙헬 디 마리아 등 공격진에 쏠렸다. 달레이 블린트와 마르코스 로호를 보강하긴 했지만, 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유망주들이다. 결과적으로 맨유의 수비진은 매 경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해왔다. 레스터시티 전은 이 같은 맨유 수비진의 흔들림이 끝장을 본 경기였다. 맨유 수비진은 후반 17분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3-2로 쫓기자 급격하게 무너져내렸다. 수비조직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선수들의 얼굴에는 당황과 초조함만이 엿보였다.
이 같은 갑작스런 수비진의 '멘붕'은 이들 전원이 경험이 적고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수비진 중 팀내 최고령자이자 최고참인 조니 에반스조차 26세에 불과한데다, 그 에반스는 전반 30분 부상으로 교체됐다. 블린트와 타일러 블랙켓, 하파엘, 로호는 재앙이었다. 특히 블랙켓은 시종일관 상대에게 제공권을 내준 데다 후반 37분 2번째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퇴장당했다.
게다가 프랑스 스포츠통계매체 옵타스포츠에 따르면 하파엘은 14번, 로호는 무려 20번이나 공 소유권을 빼앗기는 등 전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의 빈 자리는 고스란히 맨유의 약점으로 남았다. 그나마 에반스 대신 들어온 크리스 스몰링이 여러 차례 상대 패스를 차단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수비진을 진두지휘할 능력은 처음부터 없었다. 결과는 역대급 역전패로 연결됐다.
이날 경기에 대해 스카이스포츠의 축구분석가 제이미 캐러거는 "퍼디낸드와 비디치가 모두 나갔는데, 이만한 클래스의 수비수를 보강하지 않았다. 맨유 수비진의 붕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물론 공격력은 좋아졌다. 스피드와 득점력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맨유가 수비수 영입에 소홀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여름 맨유의 영입 정책이 판 할의 플랜에 따라 진행된 만큼, 판 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판 할은 수비진과 함께 '멘붕'에 빠진 듯한 울적한 표정을 지을 뿐, 뛰쳐나와 선수들을 독려하는 등의 액션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 같은 수비진의 붕괴는 주전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레스터시티는 맨유와의 경기에서 유효슈팅 5개로 5골을 터뜨렸다. 데 헤아가 막아낸 슛은 단 1개도 없었다.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