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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전]김신욱의 '희생', 결국 골로 시위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9-14 19:22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예선전 한국과 말레이지아의 경기가 14일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다. 2-0으로 앞서는 추가골을 넣은 김신욱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2014.09.14/

"나는 역대 와일드카드 중 가장 부족하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고 희생할 것이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26·울산)은 이광종호 소집 때부터 몸을 낮췄다. 팀 내 최고참이 택한 것은 '희생'이었다.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경험한 것을 후배들과 나누는 것이 필요했다.

브라질월드컵은 김신욱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든 무대였다.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그의 큰 키(1m96)가 빛을 발했다. 상대 수비수들과의 공중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탈아시아급 헤딩력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벨기에와의 최종전은 '인생의 경기'였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선발 출전했다. 부진했던 박주영을 대신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부상 투혼이었다. 전반 상대 선수와 부딪쳐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했다. 그래도 참고 뛰었다.

당연히 이광종호의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1순위로 꼽혔다. 이용재(나가사키)와 이종호(전남) 등 스트라이커 자원이 있었지만, 이광종 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김신욱이었다. 2013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으로 이미 K-리그를 접수한 김신욱은 이 감독이 고민없이 선택한 와일드카드였다.

성실함으로 잔부상을 털어버렸다. 김신욱은 지난달 31일 포항과의 '동해안더비'를 마친 뒤 곧바로 이광종호 소집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있었지만,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후배들이 따라온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김신욱은 이광종호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훈련이나 생활 속에서 후배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먼저 다가가기 힘든 후배들에게도 먼저 말을 걸어 긴장감을 완화했다. 김신욱의 수다는 이광종호의 에너지드링크였다.

기대에 100% 부응했다. 김신욱은 14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3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눈은 유럽을 향해 있다. 그러나 걸림돌이 있다. 바로 병역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보니 그동안 완적 이적보다 임대 제안이 오곤 한다. 김신욱은 임대로는 유럽으로 가고싶지 않았다. 둥지를 옮길 때 옮기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했다. 또 유럽에서 임대신분의 아시아 선수의 미래는 불보듯 뻔하다. 빠른 시간 안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벤치신세가 길어질 수 있다.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김신욱은 '병역'이란 단어를 마음 속에서 지웠다. 너무 병역에 집중하다보면 개인 플레이가 난무하고 조직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이란 단어를 이광종호에서 금기어로 만든 것이 김신욱이었다.

이제 한 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김신욱은 들뜨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마인드컨트롤의 일인자다. 그의 눈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차전을 바라보고 있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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