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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8000여 관중의 '파도타기 응원'이 물결쳤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제 첫 단추를 뀄을 뿐이다. 갈 길도 멀다. 금빛 향연의 희망과 숙제가 교차했다.
김신욱의 명과 암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발탁된 김신욱(26·울산)이 원톱에 포진했다. 1m96인 그는 거대한 탑이었다. 전반 말레이시아 선수 2명이 김신욱과 공중볼을 다투다 경미한 부상을 했다. 하지만 명과 암이 공존했다. 밀집수비에서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루트는 세트피스다. 김신욱의 위력은 대단했다. 전반 26분 김진수의 코너킥을 임창우가 헤딩골로 연결했다. 김신욱에게 집중된 수비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전개할 때는 또 달랐다. 공간 확보가 용이하지 않자 큰 키의 유혹에 쉽게 빠졌다. 롱패스는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상대 수비 또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신욱은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다. 부단한 노력으로 발기술도 향상됐다. 후반 33분 김승대(23·포항)와의 2대1 패스를 통한 추가골이 김신욱의 능력이다.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조로운 패턴으로는 밀집수비를 뚫을 방도는 없다.
조직력 점검, 시간은 있다
전반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27·마인츠)와 이재성(22·전북)의 볼 배급능력은 환상적이었다. 좌우를 폭넓게 활용하며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김진수(22·호펜하임) 임창우(22·대전),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도 활발했다. 2선에서 공격 활로를 뚫은 윤일록(22·서울) 김승대(23·포항) 안용우(23·전남)의 에너지도 넘쳤다.
하지만 옥에 티는 있었다. 김신욱의 두 번째 골이 터지기 전까지 답답한 흐름이었다. 경기 템포 조절 미숙이 눈에 띄었다. 전반은 의욕이 너무 넘쳤다. 돌아가도 될 법한 상황에서 오로지 정면 충돌로 일관했다. 완급 조절은 중요한 포인트다. 과욕은 체력적으로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중앙에서의 패스도 많아도 너무 많다. 과감한 슈팅도 필요하다. 그래야 수비라인을 좀 더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후반 상대가 더 굳게 문을 잠구자 탈출구를 쉽게 찾지 못했다. 다행히 김신욱이 골이 터진 후 상대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고, 3분 뒤 김승대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수비라인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다만 상대의 세트피스에는 집중력을 더 높여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있다. 조별리그를 통해 조직력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광종호의 밑그림이다. 결국 진검승부는 16강전부터다.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는 라오스를 3대0으로 완파했다. 각조 1, 2위가 16강에 진출한다. 2차전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17일 오후 8시·안산와스타디움)다. 사실상의 A조 1위 결정전이다.
한 계단, 한 계단 도약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아시아 정벌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