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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새로운 출발선, 스토리가 넘친다. '맏형' 이동국(35·전북)과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의 '태극 이중창'이 단연 눈길을 끈다.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지난해 6월 18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 이란전(0대1 패) 이후 15개월 만이다. 손흥민은 자리를 지켰지만, 이동국이 없었다.
추석 연휴 둘의 사연은 더 특별하다. 35세의 대표 선수 이동국에게는 환희의 무대다. 무려 16년 전이었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1998년 5월 16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영욕의 세월을 보냈고, 마침내 그 문에 도달했다. 선발 출전이 예상되는 베네수엘라전에서 대기록을 수립한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이다. 그는 현재 A매치 99경기 출전(30골)을 기록 중이다. 1경기만 남았다. 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에 이어 9번째로 센추리클럽을 달성한다.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뛴 그의 출전 시간은 51분에 불과했다. 우루과이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쉽다.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 시간을 위해 땀을 흘렸는데 허무하다. 내가 생각한 월드컵은 아니다.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한 후 고개를 숙였다.
우루과이와 다시 만난다. "현역 은퇴까지 대표팀 은퇴는 없다"고 했던 이동국이다. 그 한도 풀어야 한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떠올랐다. 이동국과는 열 세살 차다. 예전의 손흥민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월드컵에 데뷔한 그는 이제 한껏 여유가 묻어난다. 미소가 떠나지 않을 만큼 자신감도 넘친다. 출발도 좋다. 2014~2015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한 그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5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이동국과 호흡하는 무대라 그도 기대가 크다. 그는 "동국이 형과 오랜만에 같이 뛴다. 형이 좋은 경기력으로 멋지게 100경기를 채웠으면 좋겠다. 멋진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팀이 형에게 맞춰야 한다. 나도 좋은 100경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이동국도 "손흥민이 확실이 예년보다 더 여유가 많아졌다. 많이 기대된다. 나이를 떠나서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호흡 잘 맞춰야 한다. 운동장은 내 나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9위, 우루과이는 7위다. 한국은 57위다. 한국 축구는 반전을 기도하고 있다. 골과 가장 가까운 이동국과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키를 쥐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