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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6분, 상체를 흔드는 신광훈의 모션에 김치우가 완전히 벗겨졌다. 측면 깊숙이 더 치고 들어가기보다는 페널티박스 모서리 근처에서 크로스를 발송했다. 적절한 타이밍이었지만, 다소 어중간한 깊이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골키퍼 쪽으로 떨어졌다면 쇄도하던 고무열이 수비수 이웅희를 뿌리치기에 한결 수월했을 것이다. 이윽고 벌어진 세컨볼 싸움. 퍼스트 터치가 길었음을 인지한 김승대는 볼을 발등에 얹는 대신 발끝으로 밀어 넣는 센스를 보였다. 하지만 판정은 노골이었다.
일리는 있다. 최근 빈공 속에서도 무실점을 이끈 골키퍼 및 수비진에 대한 믿음이 컸을 터. 여기에 후반기 들어 가장 '포항다운 모습'을 보인 공격진의 플레이에도 고무됐을 것이다. 이명주의 부재가 아쉽긴 해도 조직의 힘이 살아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포항은 지난 4월에도 이명주의 공백(경고 누적)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공간을 인지하고 뛰어드는 특유의 패스웍으로 김승대가 결승골을 뽑아내 2006년 8월 이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깼다(하단 캡처 참고, 4월 20일 9라운드 0-1 포항 승. 물론 현 서울의 쓰리백 완성도는 당시와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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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의 질은 주전 11명을 지탱하는 서브진 7명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그 간극이 크지 않았을 때, 비로소 원하는 경기력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경기 동안 포항이 제출한 18명 명단은 이것이 지나친 이상에 가까움을 보여준다. 공격 자원이 단적인 사례. 몇몇 선수로 한정된 교체 카드는 취할 수 있는 변화의 폭이 한정돼 있음을 처절히 입증한다. 차라리 최전방에서 공중볼 싸움을 해줄 자원이라도 있다면 패턴의 다양함을 불러올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가을만 되면 살아돌아온 박성호 등 지난해 우승에 적잖은 힘이 된 공격 자원들이 속속 그리운 이유다.
어느 팀이 유리하다고 속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2차전 선제골이 터져봐야 팽팽한 흐름이 한쪽으로 기울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ACL 결과에 상관없이 황 감독의 포항이 앞으로 석 달여간 매 경기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스 시스템에서 갓 건져 올린 자원만으로는 팀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현실, 누구 하나만 앓아누워도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포항은 이제 상대와 싸우는 게 아니다. 얇디얇은 선수층을 달래며 시즌을 완주하는 게 더 중대한 미션이 돼 버렸다. 임플란트도 없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팀은 9월의 아시안게임이 야속하기만 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