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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감동스토리, 곧 K-리그의 역사다

기사입력 2014-03-02 15:26 | 최종수정 2014-03-0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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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이 대전을 떠난 2003년 8월 2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 팬이 김은중의 대전 복귀를 염원하는 문구를 쓴 수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역사가 되기 힘들다면,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면 된다.

'원조 시민구단' 대전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눈물 속에 친정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잇달아 백의종군하고 있다. '간판 공격수' 김은중(35) 영입으로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를 끝으로 포항 임대 및 강원과의 계약이 만료됐던 김은중은 고심 끝에 대전 입단을 결정했다. 실리보다 명예를 택했다. 대전은 플레잉코치 직책을 맡기며 지도자 준비까지 보장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화답했다. 뿐만 아니라 2001년 FA컵 우승의 기적을 일군 공신 중 한 명인 김영근 코치(36)를 스카우트로 영입했다. 구단에 대한 이해와 충성도가 높은 자원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팬심이 화답했다. 대전 구단 홈페이지 팬게시판에는 김은중 영입을 성사시킨 구단에 감사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팀 재건을 위해 레전드 영입이라는 용단을 내린 구단에게 팬들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최근 몇 시즌 간 대전 팬들의 마음은 얼음장이었다. 구단의 상징과 같던 골키퍼 최은성(43)을 방출하고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 헛발질만 하는 구단 행정에 등을 돌렸다. 하지만 김은중-김영근 영입으로 화해무드가 넘친다.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고양과의 챌린지 첫 홈 경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부쩍 높다.

대전의 행보는 이웃들에게 생존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대전이 속한 챌린지(2부리그) 팀들은 빠듯한 예산 속에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로 치부되어 왔다. 흥행은 높은 산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전은 자유계약(FA)선수 및 유망주 등 알짜배기 수혈에 이어 레전드 복귀로 흥행 스토리까지 보강했다. 챌린지 소속 한 구단 관계자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챌린지에서 생존하는 길은 팬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일"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대전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세환 대전 사장은 "구단을 위해 헌신한 선수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럽 축구를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결국 스토리였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쌓인 장구한 이야기는 팬심을 굳건하게 만드는 기틀이었다. 창단 2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대전은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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