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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도 있지만, 절대로 타이밍을 놓쳐선 안되는 일도 있다. 침묵은 금이지만, 때로는 말 한마디가 천냥 빚도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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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감독회의 간사 역할을 해던 이성균 수원FMC 감독은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고양대교 감독도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물러났다. 당시 회의참석자 가운데 인천 현대제철, 부산 상무, 전북KSPO, 충북 스포츠토토 등 4개 구단 감독이 남았다.
공은 다시 축구계로 넘어왔다. 25일 여자축구연맹은 "이번 사안은 연맹이 컨트롤할 수 있는 수위를 벗어났다. 대한축구협회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상부기관으로 공을 넘겼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직 인권위로부터 공식 문서를 받지 못했다. 공식문서를 받기까지 2~3주 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협회 변호사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사례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징계 여부 및 수위는 그 이후에나 발표가능할 것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감독은 "11월 초에 일이 생긴 후 최소한 은선이에게 문자나 전화로라도 사과할 기회가 있었다. 12월 WK-리그 드래프트장에서 6개 구단 감독들은 모두 우리를 외면했다.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 '잘지내냐'라고 따뜻한 한마디라도 건넸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은 축구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제자의 성별 진단을 운운했던 스승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야 했다. 차선은 협회나 연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자체적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성희롱'이나 '인권침해'로 판시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즉각적인 기준이라도 마련했어야 했다. 끌어도 너무 끌었다. 그 사이 사제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판시했고, 징계를 권고했다. 인권위 판단을 기다린다더니, 결정이 발표됐는데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 4개월간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쳤다면 내부 결론이 궁금하다. 이미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인권위의 결정이 만천하에 공개된 마당에 또다시 2~3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WK-리그는 아직 2014년 일정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통상 3월 중순 이후 개막하는 스케줄대로라면 2~3주 후는 늦어도 너무 늦다. 개막에 맞춰 4개 구단 감독 징계를 발표할 참인가? 여자축구 부흥이 절실한 시점에 WK-리그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K-리그, 남자축구대표팀이었더라도 이러했을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