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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수원 삼성 대신 수원FC를 선택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4-01-27 15:40 | 최종수정 2014-01-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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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제주=박찬준 기자

"수원FC 선택한 이유요? 도전이죠."

상주 상무에서 전역한 골키퍼 이상기(27)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골리앗' 수원 삼성과 '다윗' 수원FC였다. 원 소속팀 수원 삼성은 이상기의 잔류를 원했다. 정성룡의 백업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상기의 선택은 K-리그 챌린지의 수원FC였다. 명문팀을 뒤로 하고 수원FC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도전이죠. 여태까지 성남, 수원 등 명문팀에서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제는 매경기마다 뛰고 싶어요. 수원FC가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는 점도 끌렸어요. 제가 많이 막으면 그만큼 승리 횟수가 늘어날테니까요."

이상기는 누구보다 출전기회가 간절했다. 그는 골키퍼의 가장 큰 임무로 '기다림'을 꼽았다. "골키퍼는 기다리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을 들었다. 언젠가 넘버1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준비했다. 불평, 불만을 나타내거나 운동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군대는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그에게 상주는 약속의 땅이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 내 역할은 3번째 골키퍼였다. 상주에서 좋은 선배들과 경쟁하며 기회도 잡았다. 생활부터 운동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매시간이 소중해졌다." 수원 삼성이라는 명문팀에서 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원FC에 왔음에도 이상기의 표정은 밝았다. "수원FC에 와서 좋다. 관심도 많이 받고 있다. 각오하고 수원FC를 선택한만큼 불만은 없다."

이상기는 긍정적인 선수다. 언제나 해피 바이러스를 몰고 다닌다. 연습경기에서도 그의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넓은 그라운드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선수들 뒤에서 화이팅 외쳐주는게 내 장점이다. 선후배한테 잘하고, 분위기를 띄워주는게 항상 내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적한지 얼마 안됐지만 기존 선수들과도 빠르게 친해졌다. "사실 이제 주전 골키퍼라는 생각에 조금 무게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천성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웃음)" 경기장 밖에서는 언제나 유쾌하지만, 축구에 관해서는 한없이 진지하다. 매경기 끝나고 본인의 경기 장면을 복귀하며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번 제주 동계훈련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집중하기 위해 사비를 내서 헬스 회원권을 끊기도 했다. 운동 기구를 집에서 가져와 호텔방에서도 개인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그의 실질적인 첫 풀타임 시즌이다. 전경기 출전, 0점대 방어율, 수원FC의 승격 등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면 언젠가 그가 선배로 모신 정성룡의 기본기, 권순태의 스피드, 김호준의 안정감을 모두 갖춘 골키퍼가 될 수 있을거라고 웃었다. "골키퍼는 정말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멋진 세이브를 할때마다 내가 팀을 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골키퍼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했다. 하루에 버스가 한번만 다니는 시골에서 집까지 매일 차를 태워준다는 소리에 시작한 축구. 진짜 프로의 맛을 알게 된 이상기의 축구인생 2막이 시작됐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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