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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전 지동원의 '헤딩골'이 더 짜릿했던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1-26 03:48



도르트문트전 지동원의 '헤딩' 동점골은 짜릿한 '컴백골'이자 통쾌한 '힐링골'이었다.

지동원은 25일 밤 11시30분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 펼쳐진 분데스리가 18라운드 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후반 25분 출격해 2분후인 후반 27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2대2 무승부를 이끌었다. 후반 21분 샤힌의 골이 터지며 1-2로 뒤지던 후반 25분,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이 벤치를 향해 다급한 손짓을 보냈다. 24번 백넘버를 새긴 지동원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 27분, 교체된 지 불과 2분만에 지동원의 골이 터졌다. 안드레 한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어받아, 문전에서 필사적인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독일에서의 시즌 첫골, 컴백골은 '헤딩골'이었다. 6개월 후 소속팀이 될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동점골을 꽂아넣었다는 점도 특별하지만, 적극적인 대시로 '헤딩 징크스'를 보란듯이 떨쳐냈다는 점 또한 같한 의미가 있다.


지동원은 지난해 8월 31일 크리스탈팰리스전에 선발 출전했다. 풀럼, 사우스햄턴전에 이어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야심차게 출전한 크리스탈팰리스전은 쓰라린 기억이 됐다. 문전에서 결정적인 헤딩골 찬스를 놓쳤다.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디카니오 감독은 지동원을 공개비난했다. 축구해설가들 역시 지동원의 소극적 플레이를 지적했다. '헤딩을 고의로 피했다'는 억울한 오해까지 받았다. 이후 지동원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지독한 마음고생을 이겨내고, 마음속에 그리던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 1년만에 돌아왔다. 6개월 임대 후 FA로 이적료 없이 도르트문트로 이적한다는 '환상적인 로드맵'이 발표됐다.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호의 공격수로서 출전기회를 확보했다. 명문 도르트문트행을 앞두고 익숙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리그 적응 시간도 갖게 됐다. '신의 한수'였다.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며, '원샷원킬'의 재능도 함께 돌아왔다. 교체 출전 직후 2분만에 전광석화같은 헤딩골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해 5월 그루이터퓌르트전 골 이후 무려 8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선덜랜드의 지동원에게 문자와 전화로 끊임없이 애정을 표해왔다. 첫경기부터 '헤딩' 동점골을 쏘아올렸다. 2년 연속 임대영입을 통해 자신을 신뢰해준 바인지를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미래의 소속팀' 도르트문트 홈팬들 앞에서 동점골을 쏘아올린 것 역시 의미있다.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지동원의 비수는 쓰라리면서도 달콤했다. 눈앞의 승점 3점은 놓쳤지만 '꿀벌 유니폼'을 입을 23세 스트라이커의 골은 위르겐 클롭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경기 종료 직후 지동원의 골 장면을 메인화면에 내세웠다. '지동원이 도르트문트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경기 최우수선수(MOM)으로 선정됐다. 독일 일간 빌트지 역시 지동원에게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2점을 부여했다. 지동원을 빗대 "골 못넣는 공격수를 키워보는 것도 재밌겠지"라고 말했다던 '매의 눈' 클롭 감독 앞에서 '골 제대로 넣는 공격수'임을 입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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