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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임대 선수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성용(25)은 이미 선덜랜드의 에이스이자 스타였다.
기성용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12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위기의 순간마다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기성용은 0-1로 뒤진 연장 후반 14분, 필 바슬리의 극적인 동점골을 도우며 팀을 탈락 위기에서 건져냈다. 승부차기가 백미였다. 3번 키커까지 승부차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두 팀 모두 2명씩 실축해 1-1 상황이 됐다. 기성용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섰다. 맨유와 선덜랜드 팬들의 시선이 모두 기성용의 발 끝에 쏠렸다. 동료들의 잇따른 실축을 지켜본 그는 오히려 침착했다. '강심장'이었다.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고요하던 올드트래포드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선덜랜드 원정 팬들이 리듬을 타며 "Ki, Ki, Ki, Ki,Ki" 응원가를 불렀다. 결국 맨유의 필 존슨과 하파엘이 연속으로 실축하며 선덜랜드가 승부차기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기성용의 발 끝에서 선덜랜드는 위기에서 탈출했고, 기성용의 승부차기 득점으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도 기성용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 경기후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기성용은 행운의 부적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승부차기와 관련한 비화도 소개했다. 포옛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기성용과 바슬리가 서로 네 번째 키커로 차겠다고 다퉜다"며 "기성용의 승부욕과 열정을 높이 산다. 기성용이 키커로 나선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에서 리그컵 결승에 중앙 수비수로 출격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농담도 던졌다. "이번 결승전에 기성용은 중앙 수비수로 안뛴다."
기성용의 응원가는 경기가 끝난 뒤 선덜랜드 팬 사이트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기성용을 위한 노래(Song for Ki)'라는 게시판에 기성용의 응원가 후보들이 게재됐다. 국내팬들에게도 익숙한 '쿰바야 마이로드(Kumbaya My Lord)'라는 흑인 영가(흑인들이 불렀던 민요풍의 종교가요) 를 개사한 응원가가 많은 지지를 받았다. '기성용 오 마이 로드(Ki Sung-Yueng my lord)'가 반복되는 응원가다.
맨체스터(영국)=김장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