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 살았다. 그의 빠른 스피드는 거리에서 볼을 차다 이웃집에 넘어간 공을 꺼내오다 완성됐다. 그는 축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심장병을 앓았다. 어머니의 지극한 간호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약속을 지켰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 발롱도르를 거머쥐고 눈물을 흘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이야기다.
이번 발롱도르는 호날두에게 특별하다. 그를 쫓아다녔던 '2인자' 꼬리표를 떼어냈다. 매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번번이 메시에 가로막혔던 호날두였다. '라이벌' 메시는 호날두 앞에서 4년 연속으로 발롱도르를 들어올렸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세계 최고의 2인자'라고 했다. 자존심 강한 호날두에게는 치욕스러운 평가였다. 호날두는 좌절하지 않았고 더욱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는 거만한 이미지로 알려져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선수다. 호날두는 그가 뛰었던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훈련장에 가장 일찍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성실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언제나 그라운드에서 100%를 쏟아낸다. 골을 향한 맹렬한 기세는 호날두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호날두와 불화를 겪었던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조차 호날두의 성실성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호날두를 지도한 것은 내 경력 최고의 경험이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선수보다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였다."
'득점기계'로 변신하기까지도 재능보다는 노력의 힘이 더 컸다. 드리블만 뛰어났던 호날두는 맨유 입단 후 첫 3시즌 동안 4, 5, 9골에 그쳤다. 그러나 왼발, 오른발, 헤딩, 프리킥에 이르기까지 슈팅 연습에 많은 공을 들인 호날두는 2007~2008시즌 31골을 시작으로 엄청난 골기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최고였던 8000만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는 223경기에서 230골이라는 기념비적인 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맨유로 데려갔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조차 "그의 재능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발롱도르 수상은 그가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이다. 호날두는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내년 세번째 수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